영국에는 외로움 부((Minister for Loneliness)가 있다고...

외로움은 불행의 질긴 끄나풀, 불행이 자락 편 상흔이다. 최근에 배우 윤여정 씨가 신문 인터뷰하는 중에 이렇게 말한다. 일상에서 외로운 건 늘 외로운 거고, 늙어가는 게 외로운 거죠. 유명한 사람이 그런 말도 했던데요, ‘늙을수록 외로워지라라고, 난 외로운 걸 좋아해요. 가만히 혼자 있는 것.<경향신문 2024.129일 자>”

아마 윤여정 씨는 [고독]을 '외로움'으로 오독하고 그리 표현한 듯싶다. 참으로 누구보다도 늙은 사람이 외롭다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니까.

나는 너무 외로워. 아내는 아침밥만 먹으면 집을 나가 버려. 그리고 온종일 집에 나 혼자 있어야 해.” 올해 92세이신 선생님과 최근에 통화하던 중에 들었던 말이다.92세 난 어르신이 집에 종일토록 혼자 있어야 하고 밤에는 불면증으로 시달리며 긴 밤을 새워야 한다면 그분에게 외로움은 이미 질병처럼 들러붙어 있는 셈이다.

영국에는외로움 부(Minister for Loneliness)”가 있다고 한다. 시사IN 기사(2023.12.13. 김명희의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아르곤처럼,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게)에 따르면 외로움이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되었다는 인식하에 영국 정부가 20181월에외로움 부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초대 장관에는 트레이시 크라우치가 맡았다. 하지만 우리도 외로움 부를 서둘러 신설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면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을 듯싶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 외롭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일단 사람들은 자기와 상관이 없는 일에는 관심이 거의 없으니까.

고독은 홀로 있되 외롭지 않은 상태, 고독의 시간에 자기 내면에 대한 성찰, 자아의 성장이 가능하다. 외로움은 우리가 가진 사회적 관계의 질과 양이 우리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홀로 있되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얼마든지 외로울 수 있다. 고립과 외로움은 우리의 존재와 안녕을 위협한다. <김명희의 윗글>”

우리의 존재와 안녕을 위협하는 [외로움]에 대하여 국제적인 안목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WHO20231115,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사회적연결위원회라는 전담 기구를 출범시켰다고 한다.이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미국의 비벡 머시 의무 총감은 외로움이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 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경향신문 20231118일 자-WHO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

어떤 사안을 두고 국제적인 평가나 대응 방식을 펼칠 때 외면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사안이 이미 우리 곁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이를테면 세계 전반에 문제가 되는 음주(WHO는 알코올이 1급 발암물질이라고 판정했다), 마약중독, 자살 그리고 외로움과 같은 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도 병증이 될 만큼 깊게 파고들어 와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연구보고는‘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은 지지체계가 없는 ’ 고립인구가 약 280만 명이라고 추정했다(김명희의 윗글)는 데서 우리나라 외로움의 병증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중에서)

시인이 말하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보편적이고 가벼운 인간의 외로움을 이르는 듯하다. 시인은 조금씩이라도 외로움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하느님조차도 가끔은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진실로 심각하게 외로운 사람>을 눈 흘겨보는 태도이다. 오늘날에 비하면 이 시가 발표된 1998년 무렵에는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 걸려서 죽고 병들었다고 판정하는 일은 없었으리라. 그런데 오늘날 겪는 사람들의외로움상황은 세계적으로 [질병] 판정을 내리는 사태에 와 있다.

오늘날 극심하게 발달 된 전자, 미디어 소통기구로 서로 간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는 초연결 세상이 되었음에도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고 외로워지는 역설(逆說)이 깊고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둘러보니 내 편이 없고 나를 품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질병으로 깊어진 뒤에야 외로움으로 깨닫는다.

고독을 향유하지만 외롭지 않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체제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김명희의 윗글-“

노년기의 외로움은 심한 아픔이다. 사람만 아픔을 표현하고 호소할 수 있다. 그런데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 않는 성향을 지닌 이는외로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국가적인 극복과 보살핌으로 챙겨 주는 시스템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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