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영화

 

 

집으로...The Way Home, 2002

한국가족 외87분 (재)전체관람가 (재)

재개봉

2019.

감독

이정향

출연

김을분, 유승호, 동효희, 민경훈

엄마(동효희)와 일곱 살 상우(유승호)는 외할머니(김을분) 댁으로 간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가 상우를 잠시 할머니에게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우는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사는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다. 전자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의 세상에서 살아온 상우는 오락기에 넣는 수은 배터리도 팔지 않는 시골 가게와 사방이 돌투성이인 시골집 마당에서 사는 것이 못마땅하다.

상우는 배터리를 사기 위해 할머니의 은비녀를 훔치거나 구들장이 꺼지도록 롤러블레이드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상우는 자신의 온갖 불만을 할머니에게 모두 드러내지만, 할머니는 철 없는 손자의 투정을 포근히 감싸준다.

할머니가 먹고 싶은 것이 없느냐고 묻자, 할머니의 무능함을 찌르듯이 피자, 햄버거,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샆다고 한다. 할머니는 산 닭을 한 마리 사와서 백숙을 만들어주지만, 상우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며 상을 내친다.

한번은 버스 안에서 다른 아이가 쵸코파이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쵸코파이를 사 달라고 한다. 할머니가 가게에 갔더니 주인 할머니는 쵸코파이를 덤으로 한 개 더 주고는 돈도 안 받겠다고 하자 장에 싸들고 갔던 고사리 말린 것을 주고 오는 장면은 정겹다.

그런 할머니와 생활하면서 불만만 가득했던 상우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이내 상우는 할머니와 친구가 되어간다. ‘보고싶다’라는 한글을 할머니에게 가르쳐 주고 할머니는 엽서로 상우에게 ‘보고 십다’라며 써서 보낸다. 철자법은 틀렸지만, 글로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간 시골에서 부쩍 성장한 상우는 할머니의 정을 뒤로 한 채 엄마를 따라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시골 외할머니와 도시 손자의 갈등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집으로」는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1억 5천만 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상업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집으로」는 스타는커녕 아역배우와 비전문 연기자를 앞세운 영화였고, 더구나 제작자들이 믿고 있던 젊은이들의 취향과 상반된 이야기였음에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일부는 「집으로」의 성공 배경으로 멀티플렉스극장 문화의 성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거지 근처에 멀티플렉스가 속속 들어서면서 가족 단위 관객이 늘었고, 이로 인해 고향, 시골마을, 할머니, 동심 등 보편적 정서의 이야기가 관객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관객의 정서적 변화를 읽어내는 기획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영화는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과 제3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분 대상을 수상하였다. 국내 영화제 수상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중국, 일본 등 해외수출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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