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토요편지 제944호

새해 소망으로 시인이 되고 싶다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새해 소망으로 시인이 되고 싶다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100세를 넘기며 '나 자신을 위해 아름다움을 찾아 예술을 남기는 여생(餘生)을 갖고 싶다'고 시인(詩人)처럼 말씀하시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아무튼, 봄’ 희망 편지(2)에서 “오랫동안 사회 속에서 ‘선(善)’의 가치를 추구(追求)해왔다”고 했다. 이 시대의 가장 멋지고 善한 어른 노교수의 사자후(獅子吼)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善의 가치가 104년 삶의 話頭라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리석은 필자(筆者)는 착하다, 또는 善하다는 말은 무능력하다는 뜻으로 읽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을 동원하여 눈치껏 자기 잇속을 챙겨야 잘 살 수 있을 뿐이다. 내 것을 챙겨 주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없거나 드물기 때문이다. 특징이 없는 사람, 특별히 자랑할 것이 없는, 어떤 장점을 끄집어 내어 말 할 수가 없는 어리숙한 筆者 같은 사람을 일컬을 때 “착한 사람이야”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심지어 善하거나 착한 사람은 무능력한 사람, 칭찬을 할 것이 없는 궁색한 사람, 색깔이 없는 사람으로 폄하(貶下)되기도 한다. 소위 善한 사람들은 대부분 약삭빠르지 못하고 순진하여 늘 손해만 본다. 자기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잘한 일도 공치사(功致辭)로 여길까봐 자기가 한 일이라고 자랑도 못한다. 쑥쓰러움을 견디지 못한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하지 않았는가. 평범함의 척도인 착하다, 바보 같다 등 그런 말을 들어도 괜찮다. 물같이 겸손하고 善해야 한다. 善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몸을 낮추어 겸손하며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삶을 비유하는 말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생일에 ‘上善若水’라는 자필(自筆) 휘호를 선물했다. ‘上善若水’의 출전(出典)은 노자(老子)의 도덕경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上善若水.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처중인지소악, 고기어도(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살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을 쓸 때는 물처럼 그윽함을 좋게 하고, 사람을 사귈 때는 물처럼 어짊을 좋게 하고, 거선지, 심선연, 여선인(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말할 때는 물처럼 믿음을 좋게 하고, 다스릴 때는 물처럼 바르게 하고, 언선신, 정선치(言善信, 正善治), 일할 때는 물처럼 능하게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좋게 하라. 사선능, 동선시(事善能, 動善時). 그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불유부쟁, 고무우(夫唯不爭, 故無尤). ‘가장 좋은 것’은 ‘善’, 착함이다. 선내보(善內寶) 善 속에 보물도 진리(眞理)도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동기도 부여할 수 있는 선함이 가장 인간적이다.

​바레일리 출신의 한 사두는 내가 가난한 인도인 가장에게 병원에 갈 돈 300루피를 적선한 이야기를 하자, 내게 충고했다. “선한 행위를 한 것을 남에게 말하지 말라. 한 번 말할 때마다 그 공덕이 절반씩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는 공덕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지구별 여행자> 282쪽에 있는 글이다. 선함을 행하고도 공치사 하지 말고 그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침묵하라는 말이다. 톨스토이는 참회록(懺悔錄) 2장 ‘나의 젊은 시절’ 중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이제 나의 젊은 시절 눈물겨운 10년 동안의 교훈이 담긴 생활을 이야기하려 한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선(善)한 인간이 되기를 원(願)했다. 그러나 나는 젊었으며 정열로 가득 차 있었다. 더구나 善을 추구하고 있던 그때 나는 혼자였고 매우 고독했다. 그런 까닭이 있었기에 뜻한 바대로 善하게 살지 못하고 방탕했다. 밀려오는 후회 감당키도 어렵다. 이제야 선함의 길로 나아간다.

​그랜플루언서(Granfluencer)의 사표(師表)로서도 결코 손색(遜色)이 없는 김형석 명예교수, 지난 해 연말 문학인들이 모이는 ‘문학의 집·서울’ 행사에서 좋아하는 詩 (중학교 3학년 같은 반에서 공부했다는 윤동주의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를 낭송(朗誦)했다고 은근히 뽐내며 인자하게 눈으로 웃었다. 그날 朗誦을 마치고 난 후 새해 소망을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고 ‘아무튼, 봄’ 희망 편지(2)에 소개했다. “앞으로 5년의 삶이 더 주어진다면 나도 여러분과 같이 詩를 쓰다가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연후에 詩를 쓰듯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머지않아 삶을 마감하는 문(門)을 열어야 한다. "여러분과 함께 있어 행복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남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고 할 것 같다. 아울러 '아름다움과 사랑이 있는 인생이 더 소중함을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조미료가 없는 레토릭이 우수(優秀 : Excellent)하다. 존경과 연민(戀憫)의 시심(詩心)이 물처럼 흐른다.

​이 시대의 가장 善한 어른이신 노(老)교수의 일상과 모든 언어(言語)는 시적(詩的) 활동이며 모두가 주옥같은 詩가 된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를 이틀 앞둔 토요일 아침, 새봄을 맞이하는 먼 산의 잔설(殘雪)처럼 계절의 변화에 순응(順應)하며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詩人이 되는 것임을 시인(是認)한다. Bravo Your Life !! 새봄의 시그널이 예술이다.

-시니어타임스 발행인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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