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정현숙

오늘 하루가

잰걸음으로 가버렸다

추위에 갇혀 함께 못한 채

무상무념 떠나 보내 미안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듬성듬성 성기게 시침질하듯

지내는 사람도 있을 테고

드문드문 적당히 홈질하듯

지내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한땀한땀 촘촘히 박음질하듯

지내는 사람도 있으리라

지상에서 단 하루를 살기 위해

1,000일을 물속에서 준비하고

25번이나 허물벗기를 한다는

하루살이를 생각하니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가

멀거니 보낸 오늘 하루가

마냥 아깝고 부끄럽다

그래도 별 탈 없었던

오늘 하루에 기꺼이 감사하며

나에게 주어질 또 다른 하루들이

무심한 듯 변함없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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