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아프고도 슬프게 왔다. 16세의 나이에 찾아온 사랑은 나를 열병 속에 가두었다. 그이만 보면 너무 좋아서 숨이 막혀왔다.그이의 눈빛, 표정 하나에 내 마음은 천국이 되었다가 금시에 지옥이 되곤 했다. 그이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저 혼자 그 임을 가슴에 품은 후 아프고 슬픈 심정을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으니 있이다.

"Whatever our souls are made of, his and mine are the same."

어제는 다시 이 대사에 갇혀서 독서모임 회원들 앞에서 울음 섞인 소리로 저 대사를 쏟아낸 날이다. 이 나이에는 감정이 성숙해졌거나, 메말라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거 같았는데 오랜만에 눈물이 제대로 터졌다.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같다." 이말은 내가 생각하는 지구촌 최고의 절절한 사랑 고백이다.

영화의 원본이 책이라면 결과적으로 책이 더 감동적일까? 영화가 더 감동적일까? 닥터 지바고, 에덴의 동쪽,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폭풍의 언덕 등 명화 중에는 원작이 유명 스테디셀러인 책이 많다.

2024년 1월 20일에는 서강도서관에서 '세대교류 독서모임'이 있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책과 영화일 것이다. 원작이 훌륭하면 영화 또한 훌륭하기 마련이다. 어제 독서모임의 마무리는 '내가 봤던 명작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내가 한 얘기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캐서린은 죽었다.그때 히스클리프가 절규한다.

"이제 이 여자는 내 것이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시오"

그토록 절절히 사랑하는 연인은 내게 생긋 한번 웃어주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 하는데도 죽은 그녀를 품에 안고 이렇게 절규하는 히스클리프가 어찌나 불쌍하던지 밤새 베겟머리를 다 적시며 울었다. 그 감정이 되살아나서 아파하는 나를 차갑게 식혀준 사람은 바로 '국광'님이었다. 김지영 선생님의 이대 후배이며 수학 선생님인 국광님은 수학 선생님답게 이지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을 이렇게 분석했다.

두 남자를 혼란스럽게 한 여성이라고. 한마디로, 노선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두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놀아서 짜증이 난다는 얘기이다.이래서 '세대교류 독서모임'을 좋아한다.  같은 작품에 대해서 몇십 년 차이 나는 젊은이의 견해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모임이 '세대교류 독서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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