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출연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Bungee jumping of their own, 2000 제작

한국 | 로맨스/멜로 외 | 2001.개봉 | 15세이상 관람가 | 101분

감독

김대승

출연

이병헌, 이은주, 여현수, 홍수현

2005년 한창 날개를 달고 날리던 25살 나이에 우울증으로 자살한 이은주가 나왔던 영화다. 맑고 깨끗한 외모 때문에 한국 남자들이 첫사랑 이미지로 좋아하는 배우였다. TV 드라마 ‘불새’에서 처음 그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도 불새의 OST곡 이승철의 ‘인연’을 애창곡으로 부르며 그녀를 생각한다.

애수에 젖은 촉촉한 눈의 이병헌 등, 20년 전 풋풋했던 배우들의 모습이 자금 보니 새롭다.

1983년 여름, 국문학과 82학번 서인우(이병헌)는 적극적이고 사랑스런 여자 82학번 인태희(이은주)를 만난다. 비오는 날 자신의 우산 속에 당돌하게 뛰어 들어온 여자 인태희는 비에 젖은 검은 머리에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당돌한 말투까지 인우의 마음은 온통 그녀로 가득 차 버린다. 인우는 그녀의 존재로 가슴 설레어하고, 그녀의 손이 닿은 물건이면 무엇이든 소중하게 간직하며 사랑은 무르익어 간다.

그녀의 모습을 닮은 그림이 새겨진 라이터를 선물로 받고 그 때문에 담배도 배운다. 태희가 담배 피우는 남자가 멋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둘이 별 것도 아닌 일로 심하게 다툰다. 인우는 화가 나서 돌아간다. 그러나 다시 그 자리로 정신없이 달려가서는 그녀가 아직 그 자리에 있자 안도한다. 그녀도 인우가 다시 오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며 그 자리에 있었다. 그날 밤 둘은 처음으로 여관에 갔고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군입대라는 짧은 이별의 순간이 오고, 용산역으로 그를 배웅하러 가던 태희는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죽는다. 서로에게 짧은 이별이라 위로했던 그 순간은 그렇게 영원으로 이어진다.

17년이 지나 2000년 봄, 인우는 이제 딸 하나를 둔 어엿한 가장이자, 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담임으로 존경 받는 선생이다. “첫사랑 얘기 좀 해주세요”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가 가르치는 남학생 중에 머리 털이 서도록 이상한 느낌을 주는 학생이 있다. 17년 전의 태희처럼, 새끼손가락을 펼치는 버릇이 있고,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가지고 있고,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그 학생의 존재에 인우는 다시 흔들린다. 가장 대표적인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 부터 시작해서, '젓가락은 시옷 받침인데 왜 숟가락만 디귿 받침이냐'등 생전에 데이트 하며 태희가 했던 말이다. 이 학생이 현빈이라는 남학생이다.

인우는 혹시 동성애자가 아닌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신경정신과에서 검진을 받아 본다. 그러나 결과는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낳은 딸도 과연 섹스를 통하여 자신의 정자로 만들어진 애인지 의구심도 가져 본다. 아내는 무슨 소리인지 어이없어 한다.

인우의 현빈에 대한 행동은 다른 학생들에게 동성애로 비쳐 지고 선생으로서의 존경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현빈과 사귀는 여학생도 인우의 행동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한다. 현빈도 수군대는 다른 남학생들에게 대들어 징계를 받는 등, 두 사람의 관계가 위태롭게 진행된다.

그렇다고 현빈도 인우와 같은 입장은 아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일을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인우에게 대든다. 인우는 첫사랑이었던 태희 얘기를 해준다. “다시 태어나도 너를 찾아 꼭 사랑하겠다”고 했었다. 어떻게 찾느냐고 물으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전생의 너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고 했었다.

인우는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학생들이 콘돔을 불어 시위하지 않나, 에이즈에 걸리기 싫다며 수업을 거부하여 도저히 수업을 진행 할 수 없다. 현빈도 태희의 심령이 얼핏 보이면서 마음이 심란하여 인우와 태희가 마지막 헤어졌던 용산역에 간다. 거기서 둘은 다시 만나고 뉴질랜드까지 가서 번지 점프장으로 간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 라는 현빈의 물음에 “아니야 바닥이 없어 끝없이 떨어질거야” 하며 둘은 뛰어 내린다. 안전 줄도 매달지 않은 상태다. “다시 태어나도 너를 사랑할 거야” “그런데 둘 다 여자로 태어나면 어떻게 해요?“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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