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정현숙

하루하루는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 같은데

한 주일은 달려온 것 같고

한 달은 멀리뛰기 한 것 같고

한 해는 날아온 것 같네

이래서 한 세상 살고 나선

쏜살 같았다 하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세월

남는 건 기억 뿐이다

지구의 맥박이 멈추지 않는 한

소멸과 생성도 멈추지 않겠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나니

슬프게도 영원한 것은 없나니

한 해의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바통을 넘겨받으러 새해가 기다리고 있다

거스를 수 없다면 따라가자

어차피 잠시 머물다 갈 통과의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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