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

그리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도 도서관 정원에 서 있는 조각상이 왜 서 있는지 몰랐다. 어떤 의미가 있기에 구립 도서관 뜰에 서 있는 걸까? 도서관을 지을 때 큰돈을 쾌척한 사람을 기리기 위함인가? 오늘따라 궁금한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 조각에 새겨진 글을 읽어봤다. 뜻밖에 나무꾼의 이야기였다.

 

조선 병자년(丙子年) 193612월 청 태종이 20만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와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임금은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갔지만 청나라 군대는 남한산성으로 들이닥쳤다. 이때 위기에 처한 인조(仁祖) 임금을 나무꾼 서흔남이 달려와 업어 피신을 시켰다 한다. 임금은 서흔남의 충절을 가상히 여겨 곤룡포(袞龍袍)를 하사하였다. 훗날 서흔남이 죽을 때 그의 유언에 따라 곤룡포와 함께 남한산성 동문 밖 별군관에 묻어주었다. 그 공로로 그에게 별군관이란 벼슬을 주고 그를 추모하게 하였다. 이 조각상은 임금을 업으려 엎드려 있는 서흔남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비록 나무꾼이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임금을 구한 충절의 정신을 알리고자 한 것이었다.

 

집 근처에 큰 도서관이 있어 좋다. 젊은 사람들이야 당연하지만 시니어들이 도서관을 드나드는 것은 더 보기 좋다. 조각상이 있는 도서관 뜰 벤치에 앉아 자판기 믹스커피 한잔하는 것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 방법이다. 오금공원을 끼고 지어진 송파도서관은 위치도 좋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산에서 즐길 수 있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사람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 신문, 잡지를 비롯하여 좋아하는 분야의 모든 책을 볼 수 있어서다. 책을 보다 심심하면 뒷산에 올라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지금 가을이 휩쓸고 간 뒷산에는 낙엽으로 뒤덮여 있다. 조각상이 있는 뜰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가벼운 운동도 되고 낙엽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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