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정현숙

하늘이 온통 회색빛이다

이파리 우수수 털어낸 나무는

앙상한 추위 속에서 내공을 쌓고 있다

이런 날,

누군가는 털실로 뜨개질을 하며

함박눈을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패치카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불멍을 즐길 지도 모를 일이다

욕심 다 털어버려 바라는 것 없다면서도

다가오는 신년의 운세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나처럼 기적 같은 행운을 꿈꾸는 이도 있으리라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새로운 길이 보이듯

12월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고 설렘이다

주전자에서 보글보글 끓는 찻물 소리에

텅 빈 쓸쓸함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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