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5,6학년 때 나를 예뻐해주신 담임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선생님은 89세여서 혹시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을까 봐 조심스러웠다. 늘 선생님 집안에 80세 넘게 산 남자는 없다고 하셨다. 물론 언제나처럼 사모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근처에 약속이 있는데 잠깐 들러도 괜찮으실까요?

무척 반가워 하셨다.

평소에 이가 안 좋아서 식사할 때 불편해 하시던 선생님을 생각해서 대봉시 홍시와 샤인머스켓을 샀다.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선생님은 얼굴이 훤하여 건강해 보였고, 사모님은 항상 활기 있으셔서, 두 분께는 지난 2년 반의 세월이 평탄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넘어져 다리가 불편한 선생님은 3분 거리를 20분 걸려 걷기에(지팡이 도움받기를 싫어 하셔서) 교회를 가까운 곳으로 옮긴 것 외에는 변한 것 없이 생활하셨다. 

내가 온다니 외식하신다고 외출복을 입고 계시다가, 내가 점심약속 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사임당 2장을 기어이 손에 쥐어 주셨다. 선생님은 교사 연금 중 최고액을 받는다며 나한테 사임당을 주셨고, 나는 그 고집을 막을 수 없어 그냥 받았다.

아드님이 소원이라고 간곡히 설득하는 바람에 생전 처음 해외여행을 가셨는데, 아들이 준 카드와 용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돌아와 돌려주셨다는 얘기를 사모님께 들었다.

양지바른 아파트에서 두 분이 곱게 늙으시며 천국가실 날을 믿음으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편안하고 포근하여 크게 안심이 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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