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정직하다

요 며칠 사이 기온이 뚝 떨어졌다. 텃밭에 비상이 걸렸다. 무가 김장도 하기 전 얼면 큰일이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옷이 달라졌다. 겨울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두툼한 잠바를 꺼내 입었다. 무는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거의 성장을 멈추게 된다. 얼지 않으면 다행이다. 무를 뽑기로 했다. 아직 싱싱한 채로 있지만 며칠을 영하로 떨어지면 이파리부터 새파랗게 얼어 버릴 것이다. 지금 뽑아 준비해야 무청도 만들 수 있다.

올해 무 농사는 잘되었다. 그런데 뽑아 보니 정직한 게 흙이었다. 처음부터 씨를 뿌려 한 곳에서 자란 무는 제법 굵직하니 크게 성장을 했다. 무는 어린싹을 옮기면 안 된다. 뿌리가 갈라지거나 시원찮은 무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배추가 죽어 빈자리에 옮겨 심었던 무는 정상적인 무의 반도 안 자랐다.

또 한 종류가 있다. 씨 뿌릴 때 한 골 빠져있어 1주일 정도 늦게 뿌렸던 곳이 있다. 가을이 되어 뽑아보니 정상적인 무의 반 정도 자라 있었다. 1주일 차이가 이렇게 눈에 띄게 날 줄 몰랐다. 한 장소에 뿌린 무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나름 정당한 이유가 있어 그렇다. 땅은 정직하다. 농부가 농사를 지으면서 배우는 것은 심은 대로 정직한 게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다. 인간사회는 그것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연은 속이는 법은 없어 좋다. 사람도 자연을 닮았으면 좋겠다. 올해 수확은 이만하면 만족하다. 이제 겨울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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