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힘들다고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자

 

 

안나푸르나 Annapurna , 2022 제작

한국 | 드라마 외 | 2023.06. 개봉 | 전체관람가 | 72분

감독

황승재

출연

김강현, 차선우, 한수연, 신연서

이별이 힘들다고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자! 어느 봄날, 강현은 얼마 전 제대한 후배 선우와 함께 북악산을 오른다. 둘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과거 연인들을 소환한다. 그 시절 최대의 관심사는 남녀 교제였다. 강현의 여자는 안나였고 선우의 여자는 푸름이였다. 합치면 안나푸르나랑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안나푸르나다. 히말라야 고봉 중 하나다. 

그녀들과의 관계는 마치 산길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때론 길을 잃어 헤매기도 하였고, 나무그늘 밑에서 느끼는 바람처럼 시원했으며, 봉우리 위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내지른 함성일 때도 있었다.

결혼 적령기였기 때문에 여자들은 다 예뻤고 만났던 여자들도 많다. 돈을 떼인 경우도 있었다. 알면서도 빌려 줬지만 못 받았다. 사귈 때 변변히 선물 하나 못 한 대신이라고 쿨하게 넘어 간다. 선우는 옛 여친에게 문자로 연락했다가 ‘병신새끼’라는 답장을 받기도 한다. 두 남자 모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강하게 잡는 스타일이 아니고, 여자들이 간을 보다가 버린 남자들이다.

그렇게 반성문 같은 연애사들을 늘어놓으며 두 사람은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중에 문득 그들 앞을 지나치는 레깅스 차림의 젊은 여인에 설레기도 하고, 하산하는 아저씨의 곧 정상이라는 영양가 없는 조언에 힘빠지기도 한다.

둘은 하산해서 낮술을 하며 하루를 마친다. 그리고 곧 강현은 안나푸르나로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들은 과연 얼마나 높이 올라야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을 알게 될까? 아니다. 그렇게 헤메다가 얼떨 결에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살게 마련이다. 어쩌면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시절에는 지나간 여인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함구하는 것이 신사의 매너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 얘기하는 모양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간 일은 내 생애 잊지 못할 추억이다. 히말라야에 한번 온 사람은 다시 찾는다고 하지만. 다시 가기에는 이미 때가 늦은 것 같다. 체력도 자신 없지만, 다른데도 갈 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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