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에 와서 한 자리 차지하고 살았네.

이리저리 뒹굴면서 힘든 세상 굴려 가며 슬폰 일 기쁜 일도 많았지.

희극과 비극이 있었기에 삶의 지혜가 열렸고

부귀영화 축복받아 한 평생 잘 놀았네.

 

​70살 되니 한 해가 다르게 힘이 들고

80살 되니 한 달이 다르게 힘이 들고

90살 되니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힘이 들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공기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실컷 마셨으니

하나님 고맙고 감사하옵니다.

내 힘 들이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어디든 떠 있는 바람,공기를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 없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나,

저 세상에서 오라고 조금씩 신호가 오네.

팔과 다리, 눈과 귀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 오는구나.

눈치껏 살면서 이제야 세상을 알만하니 정리를 하라는 것이구나.

 

​빈손으로 왔어도 당길 줄 알고 놓을 줄 알아 내가 사는 동네 사이사이 넓게 누볐고

누릴 것 다 누렸으니 참으로 뜻깊게 잘 살아왔네.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붉으스름한 세상을

그냥 자식들에게 다 물려주고 나는 간다네.

 

​마음에 작은 소원 있다면

알록달록한 글, 그림 내가 정성껏 그렸던 솜씨

석 점만 남기고 싶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도 봤고, 독수리같이 높이 날아도 봤고,

말처럼 힘껏 뛰어도 봤고,

까치 배 바닥처럼 깨끗하고 하얗게 살려고도 했으니

내 무슨 후회 있으리

 

​곡간에 쌀 콩도 가득이 채워봤고, 아들, 딸도 잘 낳아봤고,

그 자식들 덕분에 큰 힘이 솟아나 간 큰 일도 해봤으니

세상에 내가 무슨 미련 있겠는가.

 

​통큼, 용감, 생각과 담력. 용기와 지혜를 주셔서 남들에게 꿀리지 않고

내 힘으로 척척 해내며 힘든 세상을 굴렸으니 무슨 여한 있겠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힘과 능력이 좌로나 우로나 커져서

나의 이름 석자를 남기게 하는구나.

 

​이제는 저 멀리 새파랗고 둥근 하늘이 있어 서서히 그곳으로 가겠지.

거기엔 참 좋다는 천국이 있잖은가.

사랑이 많으신 예수님께서 예비해두신 그 나라 허락하신 천당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천국은 고통도 받지 않고 여인들이 모여 웃기만 하는 곳이라서 좋다던데

이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곳,

그곳에 가서 천사들과 어우러져 나풀나풀 춤추며 더 좋고 더 높은 세상을

차지하러 가세.

좋게 좋게 어깨 춤추면서 줄 서서 차례차레 날아서 가보세.

 

2023년 8월 8일 유영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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