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닮은 사나이

더 웨일 The Whale , 2022 제작

미국 | 드라마 | 2023.03.01 개봉 | 15세이상 관람가 | 117분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타이 심킨스

놀랍고 충격적인 영화다. 99%를 소파, 휠체어,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주연으로 나오는 브렌든 프레이저는 영화 미이라에 나왔었는데 그후 영화 관계자의 성추행, 이혼 등으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배우란다. 이번 영화로 아카데미 남자 주연상 후보까지 올라갔다. 45kg의 특수 분장으로 매번 4시간 걸려 고래 같은 분장을 했다고 한다. 원제 'The Whale' 은 '고래'라는 뜻으로 그의 체구를 뜻하기도 하고 소설 모비딕의 고래를 뜻하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272kg의 초대형 비만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바퀴달린 지지대 없이는 혼자 움직이지 못한다. 나중에 휠체어를 구해 방안에서 움직일 수는 있었다. 사랑하던 동성애 애인은 죽고 그의 여동생 리즈라는 여자가 간병을 해주기는 한다.

찰리는 병원 치료도 거부하고 고혈압, 고혈당 등 각종 건강지수가 악화되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8살 때 가족을 버렸고 9년만이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직접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남은 재산은 약 1억5천만원 정도라고 했다.

찰리는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커다란 몸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죽은 파트너 때문에 엄청난 슬픔에 빠져 있다. 파트너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과 아내와 딸을 버린 죄책감을 느끼는 찰리는 결국 강박적 폭식으로 자멸하기 시작한다. 매일 대형 피자 한판을 배달 받아 먹고 그 외에도 샌드위치 등을 폭식한다.

딸 엘리는 그날도 학교에서 정학을 받아 시간이 나서 왔다고 했다. 사춘기인데다 아빠에 대한 원망이 커서 아주 싸가지 없이 아빠를 대한다. 그럴만큼 찰리는 한 때 동성애에 빠졌고 가족을 버렸으니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딸은 찰리를 저주한다.

앨리는 인근 교회에서 선교하러 온 청년에게 대마초를 피우게 하고 사진을 찍어 고향에 보내는 악행도 저지른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 청년은 집에서 용서 받고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한다. 찰리는 자신의 모습을 감춘 에세이 줌 강의에서 객관적이기 보다는 학생들에게 ‘진솔하라’라고 가르친다. 찰리는 에세이와 인생 모두에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입장을 유지하며 쓸데 없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강조한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단락을 앞두고 늦었지만 주변 인물들과 다시 연결되고자 한다. 그래서 헤어진 아내도 찾아 온다.

찰리는 딸에게 에세이를 대신 써준다고 했다. 그것을 딸은 그대로 제출했더니 낙제하고 말았다. 화가 나서 찰리에게 따지니 그 에세이는 8살 때 딸이 썼던 에세이였다. 딸이 너무나 차갑고 싸가지 없이 대하지만 “네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었어”라며 잘 쓴 에세이라며 딸을 두둔한다.

여기서 허만 멜빌의 베스트 셀러 모비딕 이야기가 나온다. 고래 때문에 한 쪽 다리를 잃은 선장 에이해브와 모비딕의 대결은 자연의 의지에, 우주의 힘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그때 그 바다는 우주의 섭리를, 삶의 비극을 가르치는 장이 된다. 모비딕에게 복수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감정이 없는 고래를 상대로 또 다시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 거구를 스스로 일으키며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이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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