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야기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 2004 제작

한국 | 드라마 | 2023.01.18 개봉 | 전체관람가 | 84분

감독

신상옥

출연

김지숙, 신구, 문혁, 황만익

한국 영화계의 거목 신상옥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긴 영화다. 2004년 거의 완성했으나 건강 악화로 마무리 짓지 못하다가 2006년 사망했다. 18년만에 사후에 세상에 공개 된 것이다. 일본의 밀리언셀러 ‘아리요시 사와코’ [황홀한 사람] 원작을 바탕으로 고령화 시대가 선언된 21세기를 향한 사회와 개인에게 던지는 노인 복지의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다. 치매가 어떤 증상인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아내가 죽었다는 충격에 치매에 걸린 노인(신구)과 그런 노인을 돌보는 며느리(김지숙), 남편은 아버지니까 잘 모시라고 하지만, 맞벌이도 하면서 보통 일이 아니다. 치매는 본인도 괴롭지만, 가족의 피를 말린다. 간병인을 쓰자니 돈이 한 두푼이 아니라 엄두도 못 낸다.

노인은 뻑하면 도둑이 들었다고 하고 아들도 못 알아본다. 집을 나가거나 집안 물건을 마구 부수기도 한다. 전기전자 제품 스위치를 있는 대로 틀어 놓기도 해서 화재가 날 뻔 하기도 했다. 옷에 연락처를 적어 넣기도 하고 대문을 밖에서 잠그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 벽에 똥칠하는 단계면 마지막이다. 부득이 하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자의로 똥칠을 한다. 그정도면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데 요양원의 노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군상들이라 차마 못 보낸다.

노인은 집에서 욕조에 누워 목욕하다가 잠이 든다. 밖에서 잠시 초인종 소리가 들려 며느리가 나간 사이에 욕조에서 몸이 내려가면서 익사 직전까지 간다. 인공호흡으로 살렸으나 폐렴으로 번지고 결국 사망한다.

서로가 고통스러운 매순간, 그래도 그때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오직, 가족이다. 며느리의 헌신이 눈물겹다. 시아버지 목욕도 시켜주고, 급박한 소변도 도와주고 똥 오줌 싼 기저귀 갈이도 해준다. 간호를 위해 옆에 누워 자기도 한다. 요즘 이런 며느리는 없다.

장수 시대에 살면서 앞으로 가장 염두에 둬야할 질병이 치매다.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신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못지 않은 것이 정신 건강이다. 노인들은 반드시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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