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The Blind Man Who Did Not Want to See Titanic , 2021 제작

핀란드 | 드라마 외 | 2022.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82분

감독

테무 니키

출연

페트리 포이콜라이넨, 마르야나 마이야라, 마티 오니스마, 사물리 야스키오

야코는 난치병인 다발 경화증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어 휠체어를 타고 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산다. 후천성 실명이라 점자도 못 배웠다. 실명 전까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취미였다. 영화라면 어느 영화든 줄거리, 출연 배우까지 모두 꿰고 있다. 그러나 영화 ‘타이타닉’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 '아바타' 같은 대작을 만든 사람인데 '타이타닉'은 상업성을 보고 만든 영화라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데 야코는 온라인에서 만난 연인 시르파와 전화로 원거리 연애 중이다. 역시 혈액염이라는 지병이 있는 여자다. 이 여자는 영화 ‘타이타닉’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둘은 영화에 대한 대화를 많이 갖는다. 하루 종일 틈만 나면 통화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르파로부터 혈액염 치료를 위한 생약을 쓰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듣자 마자 야코는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 시르파를 만나기 위해서 안전한 집을 벗어나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택시-기차-택시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미리 예약한 것도 아니고 갑작스런 출발이라 보호사 동행도 안 되고 혼자 가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간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복지 천국이라 어딜 가나 장애인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서울-부산 2배 거리인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안전한 집을 벗어난 야코가 마주한 세상은 생소하고 위협적이다. 이 영화는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해 그의 생생한 체험을 스크린에 창조함으로써 관객에게 안겨주는 감각적 경험이 놀랍다.

주인공의 흐린 시야가 작은 아파트에서 길거리로 확장 되고, 번잡한 소음이 쏟아지는 기차역을 지나,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몸을 실은 열차 칸으로 이어진다. 핸드폰과 휠체어 없이는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주인공이 사랑을 찾아 몸을 던지는 모험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기차를 탔는데 앞 자리 젊은 남자와 대화 중 록 밴드 스콜피온에 대해 험담을 했다. 자신은 영화 ‘뉴욕 탈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상대 남자는 하필 스콜피온 팬이며 지금 스콜피온 티셔츠를 입고 있다며 험악하게 나온다. 양아치였다.

뿐만 아니라 역에 내리자 다른 양아치 동료와 함께 창고로 데려가 야코의 소지품을 뒤지고 신용카드에서 현금을 빼내려 겁박한다. 양아치들은 이런 저런 시도를 했으나 하루 인출 한도가 정해져 있는 등 현금 강탈이 여의치 않자. 야코를 내팽개치고 가버린다.

겨우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천신만고 끝에 연인 시르파 집에 당도한다. 초인종을 누르자 시르파라는 여자가 한눈에 야코임을 확인하고 서로 포옹한다. 야코는 평소 시르파를 영화에서 본 어느 아름다운 여배우를 떠올렸었다. 야코가 시르파의 얼굴을 쓰다 듬자 시르파도 야코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장면이 엔딩이다. 야코는 시르파에게 줄 것이 있다며 영화 타이타닉 DVD를 선물로 준다.

이 영화는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새로 신설된 베니스 오리종티 엑스트라 부문에서의 최우수작품상인 아르마니 뷰티 관객상을 수상했다. 지루하지만, 감동적인 영화다. 완전 실명은 아니고 약시인 야코의 입장에서 종종 시야가 희미하게 카메라 기술을 표현 한 것도 좋았다.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