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정현숙
오남매 가지에 바람 잘 날 없어
근심 걱정 끊이지 않던 친정엄마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어느 날
바람불던 그때가 고요한 지금보다
차라리 좋았다고 하시더니
지나온 길은 대부분
미화가 되어 입력이 되는 건지
나 역시 친정엄마처럼
험난했던 가시밭길도 꽃길로
각색이 되어 있는 걸 보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다 놓치고
변방으로 밀려난 것 같은
초라한 행색의 내가 싫은 날
옛 기억을 부풀리는 바람이 그립다
정겨운 꽃들이 피어있을 꽃길도
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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