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콘서트

 

 

공연 중 사진을 못 찍게 되어 있으나 워낙 감동적이라 다수의 관객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 말릴 수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 사진 찍을 기회를 준 시간이다/사진 강신영
공연 중 사진을 못 찍게 되어 있으나 워낙 감동적이라 다수의 관객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 말릴 수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 사진 찍을 기회를 준 시간이다/사진 강신영

 

 

불금의 음악회 데이트

남들은 불금이라는데 나는 사무실에서 차분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한통의 전화가 왔다. 반가운 그녀의 이름이 떴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몇 년 간 연락이 끊긴 상태였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오늘 저녁에 뭐 해요?”

“아무 스케줄도 없어요”

그녀는 음악회에 같이 가자는 용건을 얘기했다. 조수미가 나오는 예술의 전당 음악회라고 했다. 한 달 전 그렇지 않아도 조수미 음악회 공지가 떴는데 공연 장소가 집에서 멀고 교통이 불편한 경희대새천년홀이라서 포기했었다. 그러나 매우 아쉬웠던 참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전화가 쇄도 해서 전화 받느라고 정작 나와는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했다. 보아하니 공연 티켓은 있는데 동행자를 못 구해 한 장이 남는 펑크가 난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문자를 넣어 보니 답이 없자 내게 전화했는데 그제야 문자 받은 사람들이 전화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대타였다.

공연은 1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부터 2부에 조수미가 나왔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조수미에 대해서 더 덧붙일 필요 없이 그녀의 공연은 감동적이었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영화 ‘유스(Youth)’에 보면, 은퇴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가 나온다. 딸 그리고 친구 믹과 함께 스위스의 고급 호텔에서 노년을 즐긴다. 여름에도 아래는 초록이고 위는 백년설이 그대로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호텔도 전형적인 유럽풍의 고급 휴양소다. 주로 부유한 노인들이 요양 목적으로 찾는 곳이다. 밸린저도 오래전부터 일 년에 한 번 찾다가 은퇴하자 아예 이곳에 눌러 앉는다.

밸린저는 영국 황실로부터 작위와 함께 ‘심플 송’의 연주 지휘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유로 거절한다. 젊었을 때 같으면 대단한 영광이라서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할 요청인데 은퇴했으니 더 이상은 지휘봉을 잡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은퇴자의 여유와 배짱이 돋보인다. 이제 곧 죽을 나이인데 작위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영국 여왕의 부탁이라도 거절할만한 소신이 생긴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놓았으니 돈 때문에 움직일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영국 여왕의 요청이라면 큰 영광이다. ‘심플 송’은 아내와 사랑할 때 만든 아름다운 노래이고 오로지 아내만 그 노래를 부르게 했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그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가게 된다.

이런 세계적인 소프라노와 동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그녀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어마어마한 행운이다. 버킷리스트에도 들어갈 만 하다.

불금에 데이트 한다고 만났는데 조수미의 감동적인 공연 여운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공연은 끝났지만, 한동안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멍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변변한 인사도 못하고 불금의 저녁시간 데이트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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