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자기도 모르는 별명 있다

네지끼 (ねじき寝敷(き) 아저씨

1.(바지·스커트 등을) 요 밑에 깔아 주름을 잡음.

어렸을 때 일제시대 교육을 받으신 아버지를 통해 가끔 듣던 단어다. 신사는 항상 네지끼를 잘 세워 입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다리미질도 했지만, 교복 바지는 가끔 요 밑에 깔고 자면서 주름을 만들기도 했다.

동네 당구장에 가 보면 여러 군상들이 모인다.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는 이름은 모르지만, 본인은 모르는 별명으로 통한다. ‘네지끼’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늘 바지 주름이 가지런하고 머리 숱이 적다 보니 페도라(중절모)나 뉴스보이캡(빵모자)를 쓰고 다닌다. 안경도 꼈다. 나랑은 친한데 생김새대로 성격도 깐깐한 편이라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차례가 오면 그냥 치면 되는데 꼭 한마디씩 한다. 말을 안 하면 흠 잡힐 일이없는데 그렇게 투덜대다보니 흠잡히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도 많다. 가장 무난한 복장이긴 한데 나처럼 당구치는 외에 하는 일이 많은 사람은 또 다른 곳을 가야 하니 그렇게 하고 다닐 수가 없다. 당구가 매너 스포츠이기도 한데 사실 그렇게 입고 들어오면 안 된다. 고급 당구장에서는 제지를 당할 수 있다.

당구장에서도 복장은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된다. 반바지는 편하게 대할 수는 있지만, 자칫하면 무시당할 수도 있다. 네지끼 아저씨는 날카로워 보이지만, 적어도 무시당하지는 않는다.

그외에 휴대폰 벨소리에 '배재학당' 교가를 소리나게 넣어 욕먹는 '배재학당', 인사도 안 하고 경상도 사투리 때문인지 누구에게나 반말하는 '싸가지', 80대 중반 나이가 가장 고참이라 '어르신', 매너가 좋다고 누군가가 부르기 시작해서 붙여진 '매너 박' ,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해 놓고 통화하는 '얼치기', 매사 까칠하게 반응해서 '왕재수' 등 여러 군상들이 있다. 그 외 '헐렝이', '삐딱이', '애첩', '끙끙이' 등 다양하다.

내 별명은 '강 작가' 또는 '춤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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