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벼락!

비 오는 날의 풍경이 재미있다. 여행을 가기 위한 줄이 아니다.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서다. 가방을 둘러메고 긴 줄을 서 있다. 비가 오는 데 가던 길을 멈추고 서 있는 이유는 혹시하는 기대다. 언제쯤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당첨이 되기만 하면 대박이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판매대에는 로또 명가라는 글씨가 붙어있다. 119, 281. 그래서 그런지 이 근처를 지나다 보면 늘 사람들이 줄 서 있다. 1등 당첨금을 찾아보니 289천만 원이다. 세금을 떼어도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니 줄 서는 모양이다. 그러나 명소라 복권이 많이 당첨되었다는 근거는 없다. 동네 골목에 있는 복권방에는 어쩌다 사람 몇 명씩 드나들 뿐 줄서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복권명소라는 곳은 수많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복권을 사가니, 당첨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하루 100장 파는 곳과 하루 10만장 파는 곳과의 당첨확률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산 복권이 당첨될 수 있지만 확률게임이다.

 

몇 번인가 평소 안 꾸던 돼지꿈을 꾼 적이 있다. 꿈이 좋아 특별히 뭐 할 것도 없어 복권이나 사자하고 5천 원짜리 넉 장을 큰맘 먹고 산적이 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꿈이 좋았으니 혹시나 했는데 기대만큼 실망은 더 컷다.

복권 당첨 확률은 얼마나 될까? EBS지식 백과에 의하면 8145,060분의 1이라 한다. 하늘에서 치는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이 4289,651분의 1이라 하니 그 보다 두 배의 낮은 확률이다. 쉽게 어떤 분은 로또복권 당첨 확률이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복권을 샀을 때 가능한 확률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복권을 사려고 줄을 서는 이유는 그 행운이 혹시 나에게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끔 복권을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아내에게 농담 삼아 한 말이 있다. “당신 돈벼락 한 번 맞게 해 줄게” “돈벼락? 어떻게” “내가 오늘부터 복권을 사기로 했거든!” “에이~” 물론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그 다음부터 가끔 복권을 사곤 한다. 농부가 농사짓는 마음으로 씨를 뿌린다. 씨도 뿌리지 않고 기대하는 것은 자기기만이지만 씨를 뿌리는 것은 가능성에 한 걸음 내딛는 것이나 다름없다. 커피 한 잔 건강을 위해 덜 마시고 복권 한 장을 산다면 나는 성실하게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죽기 전 꼭 한 번만 되어도 좋다는 것도 과한 욕심이 되려나? 공수표 될지라도 아내에게 그 정도 립써비스는 해볼만 하다. 왜냐하면 잘 못하면 당첨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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