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간밤에 무너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뜨니 날이 밝아 있었다. 아직 길 위의 가로등이 모두 소등된 것은 아니지만 밝아 오는 빛을 이기기엔 이미 그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어메이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메이징이라는 뜻은 놀랄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그리고 굉장한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정신을 집중하고 몰입하는 좋은 수단이 사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는 말을 TV에서 패널을 통해 들은 기억이 새롭다.

요즘 집중이 잘 안 된다. 나이 들수록 생각이 단순해지고 깊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난 둘 다 아닌 것 같다. 전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저이가 왜 그러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냥 덮어주고 지나치며 넘어가는 것에 인색해졌다. 나이가 거꾸로 먹는지 피부의 탄력은 떨어지고 몸의 유연성 또한 전만 못한데 생각은 어찌 이리도 탱탱하여 이해의 폭이 좁아지는가? 생각이 깊어지는 것 또한 아닌 것이 분명하니 이를 어쩔꼬? 그저 하루가 탈없이 넘어가기를 원하며 시작을 하니 모든 것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 내가 조금 심각하게 생각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때이니 그만 머리가 아파와 잠을 청하곤 한다. 부끄럽다.

아, 세상이 밝아지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 놀랍다.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는 것 '어메이징 월드'이다. 해피데이의 시작이다. 한글을 못 쓰는 외국인 젊은이가 자신은 한글을 그린다고 하며 글을 쓰는 것이 참 신선해 보였다. 그가 그려낸 것은 그대로 완벽한 한글이었다. 발상의 전환이다. 나도 해낼 수 있다. 그리듯 써 내려가는 일상, 왠지 어제와 다른 오늘일 것 같다. 뿌연 창을 통해 보이는 것이 아닌 초록으로 물든 숲 속의 기운이 올라올 것 같다. 난 하루만큼 노화되고 있지만 행복한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굉장한 무엇이 멋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제는 과거로 이미 사라졌다. 새로운 도전으로 시작하는 하루다. 어제도 행복한 세상이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 스스로 외면하고 동굴의 삶을 택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 허락된 새로운 하루에 나는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 향기에 민감해질 것이며 이제 피기 시작하는 장미에 다가가 빨강 열정을 내 가슴에 심을 것이다. 거리의 어둠에 눈길을 주지 않으리라. 당당하게 허리를 곧게 하며 보폭을 크게 하여 걸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를 스쳐가는 이가 힘들게 보이면 다가가 부축할 것이다. 먼저 친구에게 전화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로 온기를 나눌 것이다.

​며칠 전, 마주한 젊은이가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한 조각의 빵을 베어 물던 노인의 고운 입에서 나오던 거친 말에 놀랐다고, 오늘날의 교육의 단점과 도덕성의 부재를 동창 모임에서 말하지 않으리라. 나는 책을 집어 들어야 한다. 이해가 쉽고 넘기기 좋은 책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을 읽으리라. 한 편의 영화를 이번 주말에 볼 것이고 그이와 손을 잡고 더 자주 숲길을 걸을 것이다.

갑자기 어제의 내가 아닌 것 같다. 음악이 집안에 퍼지고 내가 숨쉬고 있는 공간이 갑자기 피터팬에게 사랑의 빛을 뿌리고 다니는 팅커벨이 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찌 된 일인가. 어메이징 월드가 시작되는 신기한 아침이다. 놀랄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그리고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날이 시작되고 있다. 시를 읽으며 시작하는 아침이다. 오 해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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