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마도 한국전쟁 복구기에서 부터 조금씩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여론조사가 간혹 있었다. 나도 초기에는 그 조사에 대하여 그렇게 진지한 대답을 하지 않은 듯 하다. 그냥 성의없게 응했다. 원조를 위한 기본정보로 국제기구 조사에서 처음 한국에 이런 시설이 있기나 했었나 하는 답이 나올 정도로 피해수치가 엄청 높아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후 조사의 중요성에 대하여도 여러 번 교양을 받았고 글로도 접해 모든 조사에 대하여 적어도 성의있고 정확한 대답의 중요성을 알았고 그런 자세로 대답했다.

​요즘들어 비슷한 여론조사가 여러 번 중복된다. 여러 번이라 그 조사에서는 내 연령대는 제외란 것도 알았다. 어제 일이다. 설문조사의 목적에서 나는 제외란 걸 알고 내가 막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딸깍 하고 매정스럽다 못해 볼쾌하고 불쾌하다 못해 한 방 맞은 기분을 주면서 끊겼다.

​사실 그 전화는 내가 다른 일을 하던 중 시끄럽게 울렸고 나로서는 중요하지 않는 일에 내 하던 일이 강제 중단되었다는 것으로도 기분을 망치는 전화였다. 아마도 그런 환경이라 더 빨리 나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 연령이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 말의 중턱에서 무조건 금속의 앙칼진 감성없는 소리로 무안을 줄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다. 내가 잘못한 요구도 아니고 그쪽에서 무작위 전화하면서 한 번 헛발질 한건데....한참 동안 이게 무슨 억울한 한방인가를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끓어 올랐다. 사전 시간을 투자해서 대상을 선별하여 하는 조사가 아닌 이상 대상에서 제외된 개인에게 전화할 수 있는 확률은 있고 적지만 피해라면 피해인 귀찮음은 피조사대상에게 있다. 조사자는 자기의 임무를 그 시간에 수행하는 것이다. 그 시간의 자기 일이다. 괜히 바쁜 사람 끌어들였는데 대상이 아니면 미안하다면서 가벼운 양해를 구하는 정도가 기본 자세가 아닌가. 이런 일이 빈번하여 성질이 났나기 보다 이해를 하는 게 모두를 위하여 맞는 태도인지 여론수렴으로 돌아가는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짚고 넘어가는 것이 맞는 태도인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하루 종일 나를 보고싶다는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 단 한 통, 그 전화는 나를 한방 먹인 내 나이가 조사대상의 제외란 걸로 무안을 당하다 보니 오늘 하루가 그리 행복했던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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