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여름이 지나 가을을 맞이하는 용문사를 방문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913)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의 모습 그대로 천년을 단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용문산이라 쓰인 영어 표지판이 신원하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외국인들도 많이 오니 이렇게 안내하면 좋을 듯싶다. 친환경 농업박물관이 개관하여 친환경 먹거리를 홍보하고 양평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고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도 배울 수 있다.

용문산 용문사 문을 통과해야 용문사에 갈 수 있다. 마치 개선문을 통과하는 듯 기분이 든다.

 

용문사는 입구에서 절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탓에 길가로 흘러내리는 도랑의 물소리가 정겹다.

어느 절이나 사천왕상이 있다. 눈알이 튀어나올 듯하고 도깨비처럼 생겨 어릴 때는 참 무서웠던 생각이 난다. 그들이 밟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어지럽히던 죄인들이 아닌가 싶다. 짧은 인생을 좋을 일만 하다 가는 것도 모자라는데 남에게 해로운 일만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다.

용문사의 대명사는 뭐니해도 은행나무다. 1,100년이나 된 은행나무다. 아직도 매년 350의 은행이 달린다고 한다. 신라의 고승인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싹을 틔웠다는 설과 신라의 마지막 태자였던 마의태자가 금강산 가는 길에 심었다는 설이 있다. 뿌리 부분의 둘레가 15.2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찾을까. 나는 그때 수백 년 앞사람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산길로 이어지는 계곡에 출렁다리가 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이렇게 계속 위를 걷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산길을 따라 내려오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본다. 시원한 물에 심신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길가로 늘어선 식당가에는 맛집도 많다.

 

 

산채정식 더덕구이를 시키면 산나물과 함께 맛있는 음식이 한 상 가득 나온다. 관광이란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푸른 숲 맑은 공기를 즐기며 용문산을 떠나 양수리로 내려오니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었다. 며칠 전 TV에서 연예인들이 노르웨이로 오로라를 보러 갔던 장면을 보았다. 화려한 장면도 아니고 며칠 동안 허탕 치다 마지막 날 겨우 잠시 보게 되어 감격해하는 장면이다. 양수리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위로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선명하다. 꼭 노르웨이 오로라가 아니라도 그만 못 할 것도 없다.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든 것이 자연의 축복이자 신비다. 오늘 멋진 하루를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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