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들이라 해도 예의를 지키면 좋겠다.

기타치며 노래하는 걸 즐기다보니 가끔 축가 요청을 받는다. 부족하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간다.

언젠가 더운 여름날, 어느 행사에서 강당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모든 청중들이 집중해 주었다.

그 때 늦게 도착한 VIP분을 뒤에서 몇 분이 함께 앞자리로 모시고 왔다. 앞자리에 있는 분들이 일어나서 악수하고 인사를 했다.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몇 분은 내가 노래하는 연단 바로 앞에서 이리 저리 옮겨가며 호칭을 불러가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당황했고 무슨 정신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모른다. 노래를 하면서도 머리가 복잡했다.

'그만할까, 나갈까,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릴까!'

내 노래는 소란 속에서 그렇게 묻히면서 마치게 되었다. 인사하고 나오는데 씁쓸했다. 자괴감이 몰려왔다.

앞에서 소란스러울 때,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던 뒤에 앉은 청중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나중에 몇분이 내게 말했다.

얼마나 당황했나면서..

넘 무례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냥 나가지 그랬냐면서...

멈추고 한마디 하지 그랬냐면서...

공감해주신 분들 덕분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한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내가 노래를 멈추고 그냥 나갔다면 어찌 되었을까!'

'내가 한마디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내가 유명한 가수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VIP라고 해도, 늦게 도착했을 때는, 진행 중인 순서가 끝난 후 앞자리로 나오면 어떨까? 앞자리로 안내 받았어도 순서가 진행 중이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가 순서가 끝난 후에 인사를 주고 받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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