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서 나온 쓰레기들.

며칠째 계속 창고 정리를 하고 있다.초 겨울 즈음에 남편이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어찌어찌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을 팔겠지만 상당수가 남을 것 같아 보관 장소가 필요하다.양평에 이사 온 후 창고는 한 번도 정리 안 하고 이것저것 물건들만 쌓아 놨기에 이걸 치우면 달리 창고를 구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해서 치우고 있다.매번 창고에 물건 때문에 들락거리면서 한 번쯤은 치워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엄두가 안 났다. 이제 치우려고 두 팔 걷어붙이니 왜 이리 버릴게 많은지...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던데 내가 보니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티끌 모으면 쓰레기이다.오만가지 잡동사니를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잊고 있던 물건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이 다음에 쓰겠지 하고 갈무리 해둔 것들이 이젠 다 필요 없는 쓰레기가 되어 방치되어 있다. 제일 짜증 나는 건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쥐똥이다. 여기는 완전히 쥐의 천국이었다.가끔 우리 집 개 풍산이가 쥐를 잡으러 창고에 들어가는데 쌓인 물건이 많으니 잡아내기가 여간쉬운 게 아니었나 보다. 많이 잡기는 하는데 쥐의 번식 속도가 잡히는 것보다 많은 것 같다.요즘엔 손목이 아파서 무거운 도자기 그릇은 못 쓰고 가벼운 코렐사 제품 것만 쓰다 보니 도자기 그릇이선반에 하나 가득이다. 또 사은품으로 받은 신품 물건들도 한구석에 쌓여 있다. 세정제와 습기 제거제가 무더기로 나온다. ㅎㅎ낚시하는 남편의 보트도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이건 너무 무거워서 혼자 들기가 버겁다. 아이스박스는 도대체 몇 개가 있는 거야? 하나 둘 세어 보니 7개나 된다. 몇 년이나 방치되어 쓸만한 게 없다. 버리는데 돈 들게 생겼다. 남편의 취미가 주전자 모으는 것인지 몇 년을 꾸준히 주전자를 사들고 오더니 세어보니 이것도 열 개가 넘는다. 두 개 남기고 버려야 한다. 씁....곰국 끓이는 들통은 다섯 개나 된다. 요즘은 다들 집에서 사골국 안 끓이고 편하게 사서 먹는다.그러니 들통은 자리 차지하는 애물단지다. 자매들의 집에 있는 국통들이 다 우리 집에 모였다. 창고가 넓어서...나이가 드니 찾아오는 손님들도 없고 이제는 모임은 다들 밖에서 하는 추세라 그 많던 손님용 그릇들도빼곡히 먼지에 쌓여 있다. 작년에 교회 식기를 바꾸었는데 뷔페 접시 및 큰 국그릇은 다른 교회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드렸는데 나머지 작은 접시와 작은 국대접은 고스란히 우리 집으로 와서 창고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청이며 담금주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데 먹을 사람이 없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는 거의 술을 안 마시는 편에 속한다. 술은 맘 통하는 사람과 즐거운 담소를 위해 조금 마시는 정도라 그렇다. 아무래도 하수구가 먹어 치우지 않을까 싶다. 각종 말린 묵은 나물 뭉텅이도 나온다. 매년 봄에 말려 두었던 것들인데 겨울에 먹게 되지가 않는다. 두 식구가 먹으면 얼마나 먹을까.그냥 한 근 사다 볶는 게 더 수월하다. 막상 버리려니 가슴이 쓰라리지만 할 수 없다.창고에서 눅눅해졌으니 버리는 게 맞다. 떼어놓은 커튼 문제로 실랑이를 했는데 - 남편은 헌 옷 수거함에 넣지 말라고 한다.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한다고 하고 나는 멀쩡한 것이니 재활용통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짜증이 나서 알아보고 처리하겠다고 쏘아 부쳤다. 열심히 치우는데 옆에 와서 이것도 버리고 저것도 치우고 훈수가 장난이 아니다. 일 안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겠다고 버티는 것도 아니고 나름 생각해서 창고 쓰라고 치워주고 있는데 한 술 더 뜬다. 얄밉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면 말이 쓰러진다는 걸 왜 모를까?이 때만 순간적으로 머리가 비게 되나 보다. 그래서 말이 과격하게 나갔다.여자가 하는 일에 감히 남자가 훈수를 두다니. EC!!8년 전 이사 올 때 풀지 못한 짐들이 있었는데 대학 교재와 옷상자이다. 옷은 쥐의 훌륭한 잠자리로 활용되고 있었는지 죄다 버 려야 하고 대학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이 뭔지모르지만 대학교재는 이번에 그냥 버리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창고가 보물창고가 아니라 쓰레기 장이었다.어차피 내가 치워야 할 물건들이라 하나하나 다 밖으로 내놓았고 이제 하나씩 추려서 꼭 쓸 것만챙겨 넣어야 하겠다. 역시 쓰레기는 모아도 쓰레기일 뿐이다. 교훈은 항상 쓰라리다.

쌓인 물건들 다 끌어낸 후 정리된 모습. 3일 걸렸다. 쉬엄쉬엄 하느라고.
쌓인 물건들 다 끌어낸 후 정리된 모습. 3일 걸렸다. 쉬엄쉬엄 하느라고.
아프리카에 있어야 할 코끼리가 우리 집에서 나왔다.버리려니 아깝고 놓자니 장소가 없어서 창고에 뒀던 것인데 날 좋은 날 때 빼고광을 내봐야겠다.
아프리카에 있어야 할 코끼리가 우리 집에서 나왔다.버리려니 아깝고 놓자니 장소가 없어서 창고에 뒀던 것인데 날 좋은 날 때 빼고광을 내봐야겠다.
산더미 같은 버리지 못한 미련들. 
산더미 같은 버리지 못한 미련들. 
짐들 때문에 풍산이가 쉴 공간이 없다. 그래도 천천히 하려고 한다.
짐들 때문에 풍산이가 쉴 공간이 없다. 그래도 천천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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