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애호가(Fan)인 당신, 지금부터 치즈 사냥에 나서라!

스위스 치즈의 원산지명칭보호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A.O.P.) 인증 마크
스위스 치즈의 원산지명칭보호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A.O.P.) 인증 마크
지난 8월 21일 구매했던 스위스 산 유라플로르 꽁떼 치즈( 원래 16,000원/200g 이던 것이 3,990원/200g 이 되었다).
지난 8월 21일 구매했던 스위스 산 유라플로르 꽁떼 치즈( 원래 16,000원/200g 이던 것이 3,990원/200g 이 되었다).

나는 지금 당신이 진정한 치즈 애호가, 마니아(mania)임을 전제로 중요한 제안 하나를 해두고 싶다. 나는 자칭,  치즈 시장을 살피는 감시자, 야경꾼이다. 나는 특히 한국의 수입 치즈, 그것도 숙성치즈 시장흐름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부터가 한국에서 세계 최고급 치즈류를 마음껏 사냥할 적기라고 판단한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90년에 필자가 거주하던 스위스 취리히에 고 신형태 교수가 방문했고 ETH(스위스연방 공과대학)에 유학 중인 그의 제자와 지인으로 초대된 스위스 퓨리나 사료회사직원 A와 함께 식사 자리를 한 적이 있다. 그날, 홍콩에 파견되어 근무하다가 막 돌아온 A와 이야기 하던 중 홍콩 치즈 판매장에서 자국산 치즈가 형편없이 싸게 팔리는 상황을 보고 부아가 치밀었노라고 했다. 스위스 본토에서 자기 수입으로는 손도 못 댔던 스위스산 고급 치즈의 가격이 그리 쌀 수는 없는 것이라고 열을 냈다. 그가 지금 한국 숙성치즈 매장, 스위스산 고급 치즈 가격을 봤더라면 그는 아마 그 자리에서 반드시 기절 했을 터라고 나는 장담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치즈 시장은 세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치즈 맛을 전혀 모르면서 막연히 치즈가 좋다고 아는 이들이 먹는 치즈인데 그들은 치즈를 먹는 것이 아니라 치즈가 들어간 피자를 먹는 경우로 [피자치즈] 시장이 있다. 곧 피자치즈란 피자 요리에 주로 들어가는 모차렐라치즈 시장을 이르는 말이다.

두 번째는 슬라이스가 치즈인 줄로 잘못 알고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치즈가 공업체(현재 140여 개가 가동 중이다!)들이 값싼 수입 치즈 덩이를 2차 가공하여 얇은슬라이스(slice)’ 형식으로 포장해서 파는 [가공치즈] 시장이다.

이제 세 번째 시장이 중요한데 전통적으로 치즈를 이를 때 이 치즈를 [진정(眞正)한 치즈(Real Cheese)]로 보아왔다. 바로 당신이 사냥에 나서야 할 숙성형 치즈 시장이다. 모든 사물에는 근본(根本), 원형(原型), 본체(本體)가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치즈가 바로 숙성형 치즈이다.

당신이 자칭 치즈 애호가(Cheese-Fan), 치즈 마니아(Mania)인데 주로 위의 첫째와 둘째 영역의 치즈를 구매했거나 그 부류에 있는 치즈를 치즈로 알고 즐겨 온 사람이라면 엄밀히 말해 당신은 진정한 치즈 애호가는 아니다. 그냥 치즈의 주변인에 지나지 않는, 아직 정통 치즈 영역에 접근한 적이 없는 채로 그곳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서성이는 주변인에 지나지 않은 존재란 말이다. 내 말이 너무 가혹하게 들리는가?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다. 당신이 속히 그 다리를 건너와 진정한 치즈, 치즈의 정통 영역으로 들어오시라고 드리는 고언(苦言)이니 말이다.

이제 한국 치즈 시장의 규모를 살피고 넘어가야겠다.

한국 치즈 시장은 피자치즈 시장이 60%, 가공치즈 시장이 35%이고 나머지 5%가 숙성치즈 시장이다. 한국 치즈 시장이 이렇게 정착된 대로 삼십 수년이 흐르고 있다.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왜곡되고 비틀어진 치즈 시장의 표본이 한국 치즈 시장의 형편이다. 그런데 숙성치즈를 즐기는 당신, 치즈 마니아층은 5% 시장에 출입하고 있는 셈이다. , 자칭 치즈 시장 감시인, 야경꾼의 눈으로 볼 때 앞으로 100년간은 이 시장 판도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제 한국에서의 숙성치즈를 알아보자. 지금 대형 할인매장의 치즈 판매대에 진열된 숙성치즈 중에서 한국산 치즈를 발견한 분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제법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한 마디로없다라는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100% 수입품 숙성치즈류가 진열되어 있다. 그것도 절반 이상이 고급 치즈이다!

그런데 이 치즈 진열장을 유심히 살펴 온 치즈 시장 야경꾼의 눈에 세 가지 변화가 잡혀 왔다. 하나는 이 치즈 진열대가 점점 단축되고 있다. 두 번째는 치즈의 양이 감축되고 있으며 세 번째는 치즈의 종류가 매우 단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내가 아는 본토의 치즈 가격보다 국내 시판 중인 이 치즈류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그리 저렴한 고급 치즈들의 대부분 포장지에 ‘P.D.O.’,‘A.O.P.’ 마크가 붙어 있다! 이 마크들은 이른바 [원산지명칭보호] 마크인데 쉬운 말로 치즈의 정통성(正統性)을 인증받은 고급 치즈라는 뜻이다. 프랑스 치즈 종류가 500여 종이라지만 P.D.O.또는 A.O.C. 인증 치즈가, 43여 종밖에 안 된다! 그런 최고급 치즈들이 정말 이렇게 저렴해도 되나 할 정도로 불안감이 몰려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치즈 애호가인 당신에게 정중하고 사려 깊은 제안을 하나 해드린다. 정통 치즈 가격이 이렇게 저렴하다는 것은 언젠가는 한국 시장에서 사라질 것을 의미한다. 2026년이 되면 이러한 치즈류마다 붙어 있던 36%의 관세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지금도 너무 저렴해진 치즈 가격은 더욱 저렴해질 것이다. 생각해 보라 지금 100g1만 원 하던 치즈값이 65백 원으로 인하된다는 말인데 그렇게 치즈값이 저렴해지면 한국인들은 놀랍게도 고급 치즈 구매를 중단해 버릴 것이다. 왜 그런지 아는가? “싼 게 비지떡“,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전통 경구를 한국인들은 결코 무시한 적이 없다. 특히 이 말은 돈이 좀 많은 숙성치즈 구매층 마음에 더욱 강고하게 자리 잡은 경구(警句)이다. 시장원리는 간단하다. 물건이 안 팔리면 시장은 철수 준비를 한다. 2026년으로부터 3년 이내에 수입품 고급 숙성치즈류가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그때를 대비하라고 이 제안을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숙성치즈류를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미리 사냥하듯이 사 모아서 잘 보관기 바란다.

숙성치즈를 잘 보관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절단하지 않은 채 수입된 치즈, 곧 통치즈를 구하면 가장 좋다. 이 치즈는 1~2저장 조건이면 100년이 가고 천년이 가도 그 맛과 품질을 유지해 줄 것이다. 둘째는 치즈 통을 절단해서 진공으로 소포장 판매하는 치즈류는 냉장하면 저장기간이 6개월이 최대기한인데 이 치즈를 냉동 보관해 보라! 100년을 보관할 수 있다. 대신 맛과 품질은 상당히 감소하여 있겠지만 어쨌든 정통 치즈 맛과 품위는 그대로 안고 있을 터이다.

이제부터 수입품 고급 숙성치즈가 사라지기 전까지 치즈 애호가, 마니아인 당신에게 언제든 금전 사정이 여유롭기만 하면 이 치즈들을 사냥하듯, 구매하는 취미 생활하시라고 권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권한다. 숙성치즈 중에원산지명칭보호마크가 찍힌 치즈 위주로 구매해 두면 확실한 품질보증이 된다. 우선 그 치즈들부터 공세적으로 사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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