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병고(病苦)로 인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의 

여주인공 '다혜'가 생각나는

간호원들의 보살핌으로

병원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병상(病床)에서 썼던 

제915호 토요편지를 통해 

인지(認知)했을 때부터 

통원 치료 중인 어제까지,

무려 한 달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살갑고 순정(純情)한

전화 목소리로 

필자의 병세(病勢)를 살피며

위로(慰勞)해 주시던

사형(師兄)이 있다. 

이름을 밝히면

너도 나도 아는 분이다.

 

때마침 그날은 

광복절(光復節)이라서,

1910년 8월29일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소식을 뒤늦게 듣고 

자결 순국(殉國)했던 

매천(梅泉) 황현(黃玹)의

절명시(絶命詩)를 

카톡으로 전(傳)했더니 

아래의 댓글이 날아왔다. 

“우리 집 마당에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태극기를 보며 기도합니다.

지구와 인류와 세상.

그리고 대한민국과 

모든 백성의 평화와 안전과 

자유와 행복과 건강을 위해~

또한 저와 시절인연 

맺은 분들을 위해 

괴로움 없고 건강하며

앞날에 꼭 좋은 일만 

생기게 해주소서를 

반복합니다.

물론 

저와 제 가족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지만 

세상만사를 위한 기도를 

간절하게 합니다.

아우님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의 명령이니 

<후딱> 완치(完治)되어 

우리들을 즐겁게 하는 일에 

정진하시라고 합니다.

명령을 어기면 

하늘이 노할 것이니 

그리 아시고 

얼른 <팔팔>해지시오.“

 

남다른 애국(愛國)과 

따뜻한 이웃 사랑의

가슴 절절한 글을 읽으며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후딱‘과 ’팔팔‘이라는 

후끈하고 화끈한 단어를 

곱씹으며 

곧바로 답을 드렸다. 

 

형님! 

철부지 이 아우는 

정치도 처세도 출세도 

그깟 명예도 모릅니다. 

그저 논산(師兄의 고향)의

논두렁이나 

정읍(筆者의 고향)의 

밭두렁 사이에서 

이름 모르게 피어나는 

잡초(雜草)처럼 

잡을 수 없는 

구름과 바람에 기대어 

춤을 추고 

해가 뜨면 눈부신 태양을 

해바라기처럼 쫓다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앞에서 

별을 기다리고, 

둥근달(月)이 뜨면 

술잔에 어른거리는 

형님의 간절한 소망이 

눈물겹습니다. 

내 몸에 병(病) 없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 病 조차도 사랑하면서

세월의 주름 만큼만이라도 

잘 늙고 싶습니다. 

 

오늘은 왠지 문득 

형님과 함께 단 둘이서

인테리어 탁자보다 

창(窓)이 더 넓은 

고즈넉한 카페에서 

어느 가수의 

인생이 철학이 담겼다는

'whisky on the rock'

그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그 노래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부르스>의 

OST 삽입곡으로 

극중(劇中) 동창회 장면에서

배우 이정은이 부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작곡자보다 먼저 

제가 하고 싶었던 말처럼 

뭉클하게 느껴지는 가사에 

압도(壓倒) 당했습니다. 

아프게 홀딱 반했지요. 

돈오(頓悟),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발견한 

1절 가사 일부입니다.

 

“그 날은 생일이었어 

지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쁜 것만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 낼 수 없잖아

멋있게 늙는 게 더욱더 어려워

비 오는 그 날 저녁 

카페에 있었다

(中略)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위스키 온 더 락“♩♪♬

 

할 일 없이

가사를 음미(吟味)하며

노래를 세 번 정도 들었을 때

커피는 식었지만 

또다시 師兄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광복절, 

우리 집 마당에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낮 12시에 보신각 종(鐘)이 

장중하게 울렸습니다.

 

2016년 8월 15일 정오,

저는 모범시민으로 

선정(選定)되어 

모처럼 한복(韓服)으로 입고

보신각(普信閣)에 올라 

정부 요인들과 

타종(打鐘)했습니다.

 

단상에 있던 아들이 

손자를 무등 태우고 

제가 타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3살짜리 손자는 

눈 커다랗게 뜨고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요인들이 그런 손자를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에 놀러온 손자에게 

"할아버지,

뭐하는 사람?"이냐고 

장난스럽게 물었지요.

깜짝 놀란 손자가 대뜸 

"종 치는 사람"이라고 해서 

뒤집어지게 

웃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는 

제 시절인연 된 분들에게

괴로움 없고 자유로우며 

늘 강건하시라는 

기도(祈禱)의 종소리를 

울려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또 

연애편지를 받은 사람처럼 

입체적 기쁨을 즐기며

화답(和答)했다.

 

師兄의 종소리를 들으며 

지나온 인생의 재미와

나머지 삶의 의미를 

성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빈손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그나마 손에 쥔 것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

헛된 꿈을 이루리라는 

기필(期必)을 거두고 

욕(辱)됨의 속기(俗氣)까지

남김없이 잘 버려야 겠지요.

‘whisky on the rock’

그 노래의 가사처럼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사라지듯이

나뭇잎이 물들어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면 

끈질긴 잡초의 삶도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마무리하기 위해 

내일 주문(注文)할 것을 

오늘 보내듯이 

‘감사와 사랑’을 형상화한 

이모티콘 두 개를 골라

로켓 배송(配送)했다

 

男男 -케미

그 브로맨스(Bromance)의

'좋은 만남'은 쉽지 않다.

만남은 운명 같은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크게 바꾸는

인생 사건이다.

 

인문학적 세계의

인간시장(人間市場)에서는 

조폭과 건달, 

친구 또는 연인사이,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회사 동료, 상사와 부하,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갑(甲)이나 을(乙)‘ 等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서로 같은 생각으로 

삶의 재미와 의미가 증명된다면

어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궁극(窮極)의 경지(境地)에서 

경외(敬畏)함이 있거나 

분명해지는 법이다.

 

78주년 광복절의

기쁨과 아픔을 되새기며

마음의 오솔길을 

자박자박 걷는 것처럼

師兄과 주고받은 

사랑과 우정의 아름다운 소통 

근사한 하루였다.

 

※ 글쓴이 : 시니어타임스 발행인,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영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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