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게 돌아가는 주방 풍경

보일링 포인트 Boiling Point , 2021 제작

​영국 | 스릴러 외 | 2022. 개봉 | 15세이상 관람가 | 95분

감독

필립 바랜티니

출연

스티븐 그레햄, 제이슨 플레밍, 레이 판타키, 비넷 로빈슨

​'원 테이크 기법'이라고 촬영을 하거나 녹음을 할 때, 신(scene) 또는 음악을 엔지(NG) 없이 한 번의 컷으로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일이다. 이 영화가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 영화다. 보일링 포인트는 물이 끓는 온도다. 여기서는 그때까지의 긴박감과 드디어 물이 끓어오르는 시점이다.

​배경은 1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유명 레스토랑에서 가장 바쁜 시기인 크리스마스 즈음의 주방이다. 수석 셰프 앤디(스티븐 그레이엄)는 어제 저녁 실수로 식재료 주문을 깜박 잊은 상태다. 전날 개인적으로 집을 이사 가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들에게도 통화를 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못했다. 다행인건 노련한 부주방장 칼리(비넷 로빈슨)덕분에 최대한 있는 재료를 가지고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다.

​쏟아지는 주문 속에서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할 앤디의 일은 차고 넘친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그 와중에 위생 검사원이 와서 종업원 하나가 식재료 씻는 싱크대에서 손을 씻은 실수, 여러 가지 기록도 누락되었다며 레스토랑 등급을 5에서 3으로 내린다. 앤디는 직원들에게 분풀이를 하지만, 곧바로 사과한다. 그래야 일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식당 오너의 딸이자 매니저는 식당의 운영보다 인스타그램 홍보에 더 공을 들인다. 매번 손님을 넘치게 받는 오버 부킹으로 주방 스태프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음식 인플루언서라고 블로거가 와서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주문해도 와인까지 서비스하며 평판에만 신경쓴다. 손님 중에 생일인 사람, 약혼식 하고 온 사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등 신경 쓸 일이 많다.

​프랑스에서 갓 넘어온 신입 주방장은 앤디의 영국식 발음을 못 알아듣고 서빙하지 않나, 막내는 수시로 지각을 한다. 설거지를 담당하는 유색인종들도 골치 아프다. 임신 막달이라 그런지 속도도 더디고 그나마 한 명은 마약에 빠져 걸핏하면 결근이다.

​고급 레스토랑 특유의 부유한 공기가 차 있지만 어딘지 위선적이다. 백인 서버가 등장할 때는 이름도 물어보고 만족하던 사람이 흑인으로 바뀌자 대놓고 불쾌해하기도 한다. 손님들 갑질이 세태의 추악함을 꼬집는다.

​알레르기가 있어 모든 음식에 ‘땅콩을 비롯한 모든 견과류를 빼 달라’고 했지만 주문실수로 호두 오일이 뿌려진 샐러드를 먹고 응급차에 실려 가는 손님도 생겼다. 하필 이날은 위생 관리관이 급습, 입맛 까다로운 평론가 여자 친구를 둔 과거의 동료까지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눈에 불을 켜고 앤디를 바라보고 있다. 바쁘면 이런 사람들이 모두 진상이다.

​‘보일링 포인트’는 고성이 오고가고, 여러 사람의 손놀림이 초단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멋진 음식을 대접하면서 겪는 전쟁터는 우리가 알던 주방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다.든든한 동료였던 칼리가 화가 나서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앤디가 손에 들고 스포츠음료처럼 마시던 액체의 정체가 술로 밝혀지면서 인간이 가진 탐욕과 상처가 끓어 넘치기 직전의 물처럼 부글거린다.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바쁘다 보면 드디어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게 끝장이다.

​이 영화를 보면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손님이면 손님 답게 얌전히 잘 먹고 나와야 한다. 손님이랍시고 제발 갑질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