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송파 들레길

송파둘레길은 21로 오십 리가 넘는 길이다. 그중 성내천 구간은 6. 산책하면서 걷기에도 좋은 안전한 길이다. 8월 초 성내천 길의 아침 모습은 어떨까? 일부 구간만 사진 속에 담았다. 장지천과 성내천 갈림길에서 솔이 텃밭 조금 지나 짧은 길이다. 스토리가 있는 길이다. 개롱역에서 600떨어진 물가에는 송파물놀이장 있다. 잠시 후 해 가 떠오르면 더위를 피해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로 붐빌 것이다. 물놀이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위해 그늘막이 준비되어 있다. 산책길에는 옥수숫대가 열병식 하듯 줄지어 산책 나온 주민을 맞는다.

 

마침 아침 식사를 위해 나온 흰 왜가리 한 마리가 풀숲을 내려다보고 있다. 긴 목을 빼고 한 곳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참 진지하다. 늘 이곳에 머물고 있으면서 배고프면 먹이를 찾아 배를 채운다, 배가 차면 한 다리로 서서 쉬곤 하는데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그 모양이 세상 걱정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길가로 배롱나무(목백일홍)가 활짝 피어 운치를 더한다.

 

산책길 옆에 또 다른 화분 길이 만들어졌다. 길게 S 곡선을 그리며 서 있다. 다가오는 가을에 노란 국화를 심는다면 그 길을 나도 걸어보고 싶다. 시간이 맞으면 아내도 함께 올 것이다. 나라고 꽃길만 걷게 해주지 못할까?’ 싶어서다. 곧고 넓은 큰 산책길을 두고 이 좁은 화분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성내천의 볼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잉어들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이곳에 오면 다 좋아한다. 통통한 잉어가 동그란 입을 벌리고 떼로 몰려온다. 역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아이들은 과자 한 봉지 들고 와 잉어에게 먹이를 준다. 잉어도 과자에 입맛을 들였는지 사람만 나타나면 주르륵 몰려든다. 이번은 허탕이다, 나는 너희 건강을 위해 과자는 안 준다. 집에서도 과자는 건강에 해롭다고 금지 품목 중 하나다.

 

하천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전기차를 타고 부지런히 이동하고 있다. 노란색은 가장 눈에 잘 들어온다.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도 하천관리를 하는 분들도 안전을 위해 노란색 조끼를 입는다. 전기차는 골프장에서만 보았던 이동기구였다. 하천관리에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세계 10위 경제 대국답다는 생각도 해본다.

 

돌다리는 좌우를 잇는 다리다. 교각을 높게 세워 큰 다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물이 흐르는 돌다리는 정겹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이도 한 발짝 한 발짝 발을 옮기며 물 위를 걷는다. 반대편에서 누가 오면 잠시 기다렸다 가야 한다. 기다림과 양보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평행선으로 달리는 사람은 만날 수가 없다. 뭔가 중간을 잇는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요즘 너무 편향적인 세태를 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의 돌다리가 있으면 싶다. 배려와 존중의 돌다리, 서로 오가는 아름다운 화합의 돌다리가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정치권의 여와 야 사이에, 사회의 곳곳에서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길가에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불두화로 착각할 수 있을 만큼 꽃 모양이 비슷하다. 불두화는 부처의 꼬불꼬불한 머리모양을 닮았다 해서 불두화로 불렸다는 데 잎이 세 갈래로 갈라져 수국과 구분된다. 수국은 잎이 갈라지지 않고 깻잎처럼 생겼는데 끝에는 톱니바퀴가 있다. 6~7월에 만개하는데 아직도 탐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진분홍 봉숭아꽃과 샛노란 분꽃이 예쁘게 피었다. 매니큐어가 흔하지 않던 옛날 누님들이 손톱에 붉은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집 뜰에 많이 심었던 봉숭아와 분꽃을 보면 어릴 적 누님 생각이 많이 난다.

 

해바라기꽃이 고개를 숙이고 알알이 씨앗을 맺고 있다. 해바라기를 보면 영화<해바라기>에서 소피아로렌의 강인한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찾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드넓은 노란색 물결의 해바라기 평원이 압권이었다. 그곳은 2차 대전 중 약 4백 만 명의 전사자가 묻혀 있는 장소라 한다. 모양이 둥글게 태양을 닮았다 해서 sunflower로 이름이 붙여진 해바라기는 동네 곳곳에 있어 친숙한 여름의 대표적인 꽃이기도 하다. 해바라기 옆 뚝 길로 박꽃도 피었다.

 

 

흰 백색의 꽃도 예쁘지만 머지않아 박꽃은 크고 둥그런 옥동자를 잉태할 것이다. 보름달을 닮은 크고 둥근 옥동자가 기대되어 진다.

 

아침 일찍 일어난 오리들은 먹이를 찾기에 바쁘다. 물살을 타고 오르내리며 어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오리도 보인다. 잠자는 모양이 특이하다. 고개를 180도 뒤로 돌려 머리를 날개깃에 꽂고 잠들어 있다. 불편할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와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잘 못된 일이다.

 

송파둘레길 중 성내천 구간 한 토막에는 이렇듯 다양한 모습이 있다. 계절에 따라 스토리도 달라진다. 꽃이 피고 지고 하루하루도 다르다. 그래서 둘레길은 신선함이 있다. 21둘레길은 늘 스토리가 있어 즐거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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