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톤 브리지라는 작은 시골 주점에서는 매년 11월이 되면 『세계최고의 거짓말 대회 (world’s biggest liar championships)』가 개최된다.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 카운티(Cumbria County)는 그림처럼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다. 로맨스 영화 '이프 온리(If Only)'의 촬영 무대가 되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산톤 브리지라는 작은 시골 주점에서는 매년 11월이 되면 『세계최고의 거짓말 대회 (world’s biggest liar championships)』가 개최된다. 이 대회는 19세기 술집을 운영했던 윌릿슨 노인이 창시하여 지금까지 20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양조회사 제닝스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19세기 초부터 매년 11월에 열린다. 이 마을에서 살던 술집 주인 윌 릿슨이라는 노인이 그럴듯한 거짓말로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던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시작한 대회라고 한다.

​국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나, 정치인(政治人)과 변호사(辯護士)는 절대로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인(政治人)과 변호사(辯護士)는 거짓말 기술이 워낙 뛰어나 아마추어들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이는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한 시간 5분 이내에 모든 심판이 참말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엄청난 거짓말로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우승 트로피를 받은 사람은 영국의 성공회 주교였다고 한다. 이 주교는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I have never told a lie in my life.)' 라는 말을 해 참가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고 한다. ​아마도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 국민은 주교의 자리에까지 오른 성직자가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사실 거짓말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누구나 하게 마련이다. 

지난해 우승자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글렌 보일렌드다. 그는 자신이 찰스 왕세자와 달팽이 경주를 벌였다고 말해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 달팽이 경주라는 경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살면서 거짓말 한 번쯤은 누구나 할 것이다. 아마 거짓말은 인류와 역사를 함께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창세기에서도 에와가 아담에게 거짓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던가?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거짓에 대한 상식일 뿐이다. ​실제 역사는 상상력에서 창조되고 상상력은 거짓의 산실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역사의 변천은 거짓을 거름으로 삼아 피어나는 꽃일 수도 있다.

가장 멋진 거짓말을 만들어 위대한 명성을 얻는 자는 소설가다. 소설가는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과 사건을 만들어 숱한 사람을 유혹하는 거짓말의 대가일수록 위대한 사람으로 존경받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위대한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았을 때 기쁨과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거짓말쟁이라면 봉이 김선달만 한 인물도 없다. 그의 이야기는 핍박받는 민초(民草)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들어 주는 카타르시스(catharsis)가 있다. 봉이 김선달은 평양 출신으로 서북(西北) 출신의 낮은 문벌(門閥) 때문에 벼슬길이 막혀 세상을 골려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권세 있는 양반들과 부유한 상인을 상대로 사기를 쳐 재물을 모은다.

​어느 날 장터에 갔다. 닭 가게 옆을 지나다가 좋은 닭을 가리키며 ‘이것이 봉(鳳)이 아니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닭 장수는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계속 봉이라고 우기는 선달에게 닭을 팔 욕심이 생겨 닭을 '봉'이라고 대답했다. 선달은 비싼 값을 주고 닭을 산 후 고을 원님에게 그 닭을 봉이라고 하여 바쳤다. 고을 원님은 '이놈이 관장을 속이냐?'고 하며 형틀에 묶고 볼기를 치게 했다. 선달은 닭 장수에게 속았다고 하자 ‘속인 놈을 잡아 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로 인해 선달은 닭값과 볼기를 맞은 값으로 큰 배상을 받아낸 사기꾼이었다. 세상에서 닭을 '봉'이라 속여 이득을 보았다 하여 '봉이 김선달'로 불렀다고 한다.

현대 소설 중에서 이러한 거짓에 대한 사유(思惟)를 깊숙하게 파헤친 대표적인 소설을 꼽는다면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대표작 「바우돌리노(Baudolino)」를 뽑을 수 있겠다.

​움베르토 에코는 유럽과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총 42개에 달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명예 훈장을 받은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이며 소설가다. 1975년부터 볼로냐 대학에서 기호학 교수로 건축학, 기호학, 미학 등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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