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가 멀다는건 옛말 - 시즌에도 거뜬했다

이사 오기 전 살았던 동네의 성당 탁구 동호회원으로 만난 친구의 제안으로 동해안으로 바캉스를 다녀왔다.

일주일 전에 동서울 터미널에 표를 예약하러 갔는데 우리가 가려는 날(8월 5일, 토)이 피크인지 첫차, 둘째 번 차는 이미 매진이 되어 오전 7시 30분 속초행 버스 표, 그나마도 몇 장 남지 않아 맨 뒷좌석으로 4매를 예매했다.

친구들은 멀리서 오는데도 30분 먼저 터미널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동해안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주로 차를 운전하고 다녔지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가 탄 속초행 버스는 용대리를 지나 미시령 터널을 통과했다. 용대리를 지날 때는 대학생 때 친구들과 용대리에서 버스를 내려 백담사를 지나 수렴동 계곡에서 하룻밤을 자고 대청봉까지 올랐던 기억이 떠올라 왠지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무려 4시간 10분이나 걸렸다.

점심때가 되어 식사를 할 곳으로 갔다. 일반적으로 바캉스를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당에서 사 먹는데 우리 동네 친구들은 식당을 경영했던 사람도 있고 식당에서 일을 했던 사람도 있어 밥과 반찬 등을 싸가지고 왔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금 걸어가니 정자가 보였다. 우리는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가 싸가지고 온 음식을 풀어 놓았다.

우리가 식사를 한 정자
우리가 식사를 한 정자

 

친구들이 싸 가지고 온 밥과 반찬
친구들이 싸 가지고 온 밥과 반찬

솜씨 좋은 친구들이 싸 가지고 온 밥과 반찬을 먹고 있자니 어느 일류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갖은 양념을 하여 볶아온 나물은 너무나 맛있었다. 병어구이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데 살이 담백하고 맛이 있다. 얼음을 담은 봉지에 싸가지고 온 물김치는 너무나 시원하고 맛이 있어 김치 국물을 여러 번 마셨다.

토마토와 사과, 천도복숭아는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쉴 때 간식으로 먹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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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바다 쪽으로 걸어가 동명해교와 영금정, 거문고 쉼터, 속초등대 전망대를 지나 조그만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동명해교와 가운데 멀리 보이는 영금정
동명해교와 가운데 멀리 보이는 영금정
거문고 쉼터에 있는 거문고 조각
거문고 쉼터에 있는 거문고 조각
속초등대 전망대
속초등대 전망대

 

사람도 많지 않고 물도 깨끗해서-동해안이라 바닷물이 맑은 것은 기본- 마음 편히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당시는 해수욕장 이름도 모르고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아했는데 나중에 지도에서 찾아보니 우리가 간 해수욕장은 등대해수욕장이었다

우리가 간 등대해수욕장(오후 4시가 지나자 도로 옆 건물의 그늘이 들기 시작함)
우리가 간 등대해수욕장(오후 4시가 지나자 도로 옆 건물의 그늘이 들기 시작함)

우리들은 수영복을 입지 않고 각자가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얼마나 시원한지 환성이 저절로 나왔다. 힘을 빼고 얕은 바닷물에 누워있자니 파도에 따라 온몸이 움직였다. 파도가 밀려오면 해안 쪽으로 쭉 밀려오고 파도가 밀려가면 내 몸도 바다 쪽으로 밀려가는 게 기분이 좋았다. 파도가 밀려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일부러 짭짤한 바닷물을 삼켜보기도 했다. 기분이 좋다. 이게 바닷물이로구나!

바닷물에 온몸을 맡긴 게 얼마 만인가? 아마도 수십 년은 된 것 같다. 바다에 가더라도 발만 조금 담갔지 온몸을 바닷물에 적시기는 정말로 오래간만이다. 우리들 4명은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듯이 행복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해변가 모래는 너무 뜨거워 맨발로는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뜨거운 모래찜질을 하기로 했다. 나는 친구들을 모래로 덮어준 뒤 나 혼자서는 몸을 덮을 수 없어 다리 부분만 모래로 덮고 얼굴 탈까 봐 우산을 펼쳐 쓰고 한참을 있었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졌다.

지나가는 사람이 찍어준 사진
지나가는 사람이 찍어준 사진

 

동네 친구들과의 바캉스!

2023년 여름은 동네 친구들 덕분에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행복한 바캉스를 보냈다.

지금은 각자 멀리 떨어져 살고 있음에도 나를 생각해 주고 챙겨주는 친구가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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