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보내느라 사흘간 걷지를 못했더니 발바닥이 근질거린다.

이것 걷기도 중독인가?

좌우간 100일을 걷기로 했으니 다시 시동을 걸어 본다.

양평에 없던 사흘간 이곳 황톳길에서는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바이올린 연주와 창을 하신 화백도 계셨다고 하니 길이 생긴지는 오래지 않았지만 이렇게 걷기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며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봉사와 배려가 여러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이웃끼리 오가며 인사 나눔이 생기는 길이 되었으니 이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날이 걷는 사람이 많아져 각자의 건강을 지켜내면 좋겠다.

이곳은 야트막한 황토 언덕길을 오르는데 초입부터 산그늘이 끝까지 이어져 시원하다.

땀은 비 오듯 떨어지는데 시원하다니 말의 앞뒤가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맞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는지 땅을 잘 다져져서 맨들 거린다.

첫날은 방금 전에 땅을 고르고 가서인지 푹신한 황토였는데 지금은 단단해졌다.

그냥 산을 오르면 아무리 짧은 구간이라도 힘들다.

오며 가며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눈에 담으면 같은 길을 걷더라고 새롭다.

걸으면서 눈에 담고 마음에 둔 모든 것들을 모아봤다.

 

공세리 황톳길이라고 쓰여있는 푯말 앞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된다.

지금은 이렇게 초입에 표시를 했는데

맨 처음엔 이렇게 초입부터 언덕으로 올라갔어야 했다.

지금은 막혀 있어서 가려 해도 못 간다.

살짝 가파른 언덕을 넘어 이곳으로 내려와 길을 걸었다.

행여 헷갈릴까 줄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굳이 노력해서 가지 말라고 하는 길을 가는 사람은 없겠지....

 

초입부터 이런 황톳길이 나온다.

발자국 하나 옮길만한 오솔길이었는데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땅을 넓히고 땅을 다져

걷기 수월하게 되었다.

제일 수고하신 이는 처음 이 땅을 걷기 편하도록 땅을 고르고 길을 낸 이겠지.

전에 없던 이런 푯말도 생겼다. 바람같이...

 

가도 가도 황톳길.

발바닥이 좋아하는 길이다.

오고 가는 사람들 만나면 인사도 하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은 사진에 담고 하다 보니 한 시간 30분 거리도 거뜬히 걸을 수 있다.

맞는 말 같다.

 

끝이 가깝다. 300m만 더 가면 걷는 길의 끝이다.

잠깐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리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쉼터의 나무 의자.

그림자의 숲 그림

무를 감고 올라가는 넝쿨의 부지런함.

 

고사리 밭이다!!! 하고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 고사리 아닌데요" 하는 용기.

비짜루의 용도는 발바닥이 땅과 함께해야 하는데 나뭇잎 등을 밟으면 접지력이 떨어지는 걸 예방하기 위해 나뭇잎이 쌓이면 쓸어버리는 용도라 한다. 그렇구나....

숲 전체가 그늘이 졌어도 땀은 비 오듯 하니 이런 쉼터가 있음도 고맙다.

황토 뻘 밭의 내 발자국

 

진득진득한 황토가 발가락을 비집고 나온다. 신난다. 적당히 꾸득한 진흙을 한참 밟으며 나 홀로

 

진흙 삼매경에 빠져본다. 그래 이 정도 농도가 밟기 좋은 거지...

누가 흘리고 간 카드를 주워서 초입 신발장 위에 두고 가셨다.

고맙기도 하지. 주인이 속히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손수건 같은 습득물도 주운 그 자리에 잘 걸려 있었다.

부디 주인에게 속히 전달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바탕 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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