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남자의 발톱

​장마가 끝나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사무실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나간다. 아예 양말도 벗고 슬리퍼를 끌고 나가 건물 밖 공원에서 일광욕도 한다. 그러다가 밝은 태양 아래에서 내 발톱을 가까이서 보게 된 것이다. 내 인생 70년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평소에는 양말 속에 가려져 있으므로 발톱을 볼 일이 없었다.

​우선 엄지발가락은 다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진 무지외반증 형태와 비슷했다. 뒷굽이 높고 앞굽이 좁은 라틴댄스화를 오래 신은 탓이다. 10년쯤 라틴댄스에 몰입했던 것이 그대로 엄지발가락 휨 현상으로 굳어진 것이다. 다행히 무지외반증의 통증이나 불편함은 없다.

​왼쪽 엄지발톱은 아직도 검붉은 기미가 남아 있다. 모던댄스할 때 체중이 무겁고 스텝을 제대로 못 하던 여성과 춤 추면서 발톱끼리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생긴 상흔이다. 그 당시는 고통도 엄청났지만, 검붉어져서 발톱이 빠지는 줄 알았다. 몇 년간 통증도 오더니 지금은 거의 정상에 까까워 졌다. 댄스를 오래 한 사람들은 훈장처럼 몸에 남은 상처이기도 하다.

 

 

​새끼발가락은 발톱이 거의 닳아 흔적만 남아 있거나 역시 발톱이 안쪽으로 몰려 자란다. 걷기운동을 많이 하면서 신발에 발톱이 쓸리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운데 세 발가락도 제멋대로 하고 있었다. 둥그런 모양도 있고 사각 모양도 있다. 엄지발가락이나 새끼발가락처럼 댄스, 걷기 운동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간 수많은 역사를 견뎌 온 흔적이다.

​발톱도 제대로 못 깎아 줬다. 샤워를 하고 나서는 손톱정리를 하는 김에 발톱도 하기는 했다. 그러나 발톱에도 매니큐어를 칠하며 관리하는 여성들에 비하면 너무 무심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알아주거나 말거나 그간 수고를 많이 한 발이다. 발톱은 연약한 발가락의 끝 부분을 지켜주기 위해서 무한대의 사랑으로 버텨준 어머니 같은 느낌도 들고 묵묵히 일만 해 온 머슴 같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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