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 대청봉을 마주하여 자리 잡고 있다. 설악산이 화려한 산세를 자랑한다면 점봉산은 화장하지 않은 젊은 처자처럼 소박하고 수수한 것이 매력이다. 정상부 부근에 이 산을 넘는 평평하고 부드러운 고개, 곰배령이 있다. 곰배령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벌떡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곰배령 일대 해발 1,100m 고지, 5만 여평의 평원에는 계절별로 각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만발하여 고산화원을 이룬다.

3박 4일 강원도 여행 3일차 6월 22일, 점봉산 곰배령 야생화 탐방에 나섰다. 몇 년 전 곰배령을 예약하고 강선마을까지 갔다가 계곡물이 불어나 되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원래는 어제 예약 날짜였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오늘로 일정을 바꿨더니 다행히 날씨는 괜찮다. ​곰배령 야생화 단지를 탐방하기 위해서는 숲나들e나 산림청 사이트에서 예약 신청하여 입산허가증을 발부받아야 한다.

점봉산은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에 해당하는 8백 54종의 꽃과 나무들이 자생하는 보고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존구역이다. 1987년부터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고시하여 입산통제하에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숲나들e 예약사이트에서 10시 출발하는 예약을 했다.

​양양 송이밸리휴양림에서 출발해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까지 오는 도로는 차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좁은 포장도로다. 생태관리센터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입산허가증을 받았다.

곰배령 등산로는 ‘할머니들도 콩자루를 이고 장 보러 넘어 다니던 길’이라 했던만큼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경사가 완만한 길이다.

1코스는 강선계곡 편도 5.1km 110분 난이도가 좀 쉬운 코스이고

2코스는 전망대-주목군락지-철쭉군락지, 편도 5.4km 120분 하산 전용 코스다.

우리는 2코스가 난이도가 있다 하여 쉬운 1코스로 왕복하였다.

소요시간은 보통 3시간 30분~4시간 정도라고 하나, 우리는 5시간 이상이 걸렸다.

​강선마을까지는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해야 하고, 4시까지는 센터에 허가증을 반납하라고 했다.

​강선마을까지는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비포장도로이고, 강선마을에서 곰배령까지도 자동차는 못 가지만 잘 정비된 등산로이다. 올라가는 길이 좀 힘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정상에 도착했다.

곰배령에 도착하니 눈 아래 설악산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설악산 대청봉이 보이고 구름 아래 겹겹이 쌓인 산들의 끝이 없어 보인다.

곰배령이라 적힌 이 표지판 앞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곳인데, 마침 하산을 한 후라 조용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곰배령 인증삿을 찍으려면 긴 줄을 서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먼저 쉼터에서 요기를 하기로 했다. 쉼터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쉬어간다.

꿀맛 같은 도시락을 먹고 내려가니 단체여행객들은 대부분 하산했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의 풍경을 즐겼다. 야생화도 자세히 살펴보고 사진도 마음껏 찍었다.

곰배령 정상에는 나무는 없이 풀들만 무성한 넓은 꽃밭이 있다. 평원의 화원에는 숨어 있는 듯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 등 야생화의 고운 빛깔이 선명히 빛나고, 벌과 나비들도 분주히 찾아들고 있다. 꽃들과 하늘, 구름이 만들어내는 천상의 화원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탐방객이 예약까지 해가면서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정신없이 풍경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내려가고 우리만 남았다. 아내는 불안한지 빨리 내려가자고 재촉한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소나기가 올 것 같더니 다시 개어 다행이다.

며칠 많이 걸었더니 하산하기 좀 힘든다. 천천히 쉬엄쉬엄 내려가고 싶은데 센터 관리 직원 두 명이 마치 양몰이를 하듯 따라와 하산을 재촉한다. 강선마을까지 3시 30분, 센터까지 4시 전에 하산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강선마을에 도착하니 3시다. 규정시간보다 30분은 여유있게 도착했다. 5시간 넘는 곰배령 탐방을 무사히 마쳐 다행이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아름다운 산으로 소개되고 있는 곰배령을 다녀올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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