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상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알아 듣는 귀가 두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하는구료 마는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 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反對)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診察)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육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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