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의 공연을 보다



조수미와 함께
조수미와 함께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은 큰 행사가 열리는 대형 공연장이다. 4,500석 규모로 동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 좌석 수가 1,200석이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1,2,3 층으로 구분되나 그 층 높이가 6층 규모이니 3층 객석 위로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약간의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높다. 하지만 3층에 앉아서도 저 아래 무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게 설계되어 관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TV와 매스컴에서만 평화의 전당을 봤지, 실제 와보기는 처음이다. 평화의 전당 외부 모습도 유럽의 커다란 성당을 하나 옮겨 놓은 듯 웅장하고 하늘로 솟아오른 듯 높게 뻗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관객을 채우고 공연하려면 어지간한 인지도가 있지 않으면 엄두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카네기 LEE 재단 창립 4주년 기념 '지구힐링콘서트'에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하는 공연 초대장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평화의 전당
평화의 전당

조수미는 세계 콩쿠르 무대를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하였고 1993년 이탈리아에서 그 해 최고의 소프라노에게 수여하는 <황금기러기상>, 2008년 푸치니 탄생 150주년 기념 <푸치니상>을 수상하고 그해 8월에는 제29회 북경 올림픽에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선정되어 독창회 무대를 가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며칠 전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행사에 영상으로 노래를 전했다. 2030년에 열리는 이 박람회는 유치 효과가 61조의 경제효과로 한국 재계가 총출동하고 대통령까지 달려가 직접 400여 명의 대표단에 유치를 위한 홍보 PT를 했다. 이 중요한 대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인지도의 소프라노 조수미도 힘을 보탠 것이다

노래를 끝내고 들어가는 조수미
노래를 끝내고 들어가는 조수미

TV에서 조수미가 공연하는 것을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 현장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늘 행사를 주관한 이예영 이사장은 14년 전 음악을 포기하려 할 때 조수미의 공연을 공연장 3층 꼭대기에서 보면서 공연 내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꿈에 조수미에게서 공연 때 입었던 의상 세벌을 받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음악을 했고 오늘 이렇게 조수미와 함께 공연하는 꿈이 이루어졌다고 감격해했다.

이예영과 카네기 LEE 합창단
이예영과 카네기 LEE 합창단

조수미는 오페라 코미크 <연대의 딸> 중 ‘모두가 알아요’.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중 ‘나의 온 마음은 당신 것이오’, Adagio(아다지오) 등 여러 곡을 불렀다. 외국곡 뿐 아니라 한국의 가곡 ‘마중’ ‘사랑의 찬가’ ‘꽃 피는 날’ ‘민들레야’ ‘흔들리며 피는 꽃’ 등 솔로로 혹은 이중창으로 불러 분위기를 띄웠다. 노래가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가득한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갈채가 쏟아졌다. 역시 하늘이 준 목소리였다.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십 명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압도하며 인간의 목소리가 악기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무대였다. 팝페리나 이예영은 오카리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EI Condor Pasa'(엘콘도로 파사)를 연주했고, JTBC <팬덤싱어>에서 우승한 포르테 디 콰트로 출신 김현수가 출연해 ’꽃이 되어‘를 부르고 조수미와 함께 ’사랑의 찬가‘ 등을 불러 더욱 분위기를 띄웠다.

열창하는 조수미
열창하는 조수미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면서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고 역설했다. 그 문화강국의 힘을 실현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 카네기 LEE 재단의 지구 힐링 콘서트는 그런 면에서 더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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