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 보니 저녁이 되면 반찬하기가 귀찮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퇴근 때 함께 마트에 들르자고 한다. 항상 닭들이 먹을 야채를 마트에서 가져오므로 그러자고 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른 남편은 정육점에서 오겹살을 담는다. "고기 먹으려고?" "일주일째 같은 반찬 준 거 너무 하지 않나?" "무슨 일주일, 닷새밖에 안됐구먼" 안그래도 더위에 입맛 없어서 뭘 좀 해서 먹을까 궁리했는데 오겹살 굽는다면 나는 좋다. 밭에 쌈채소가 종류별로 그득하기에 따서 씻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밑반찬은 항상 있는 거니까 쌈장만 있으면 된다. 밭에 심은 청양고추도 제법 약이 올랐다. 억세지려는 깻잎도 땄다. 상을 차리면 굽는 것은 남편 몫이라 별 할일도 없다. 곰곰 생각해 보니 반찬을 할 때 많이 해서 두고두고 먹는데 남편은 도시락도 싸가니까 삼시 세끼가 다 같은 반찬이겠다. 그래도 금요일에 족발을 먹어서 고기가 당길 시기는 아니지만 본인이 같은 반찬 몇 번 먹었다고 투정이니 들어줘야지.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려면....

이 정도로 차려주는데도 같은 반찬이라고? 내일은 아침으로 토마토 수프나 끓여줘야겠다. 토마토 수프 끓이면 다른 아무 것도 필요치가 않다. 새로운 음식이라 잘 먹는다. 매번 새로운 반찬을 어찌 만들어 주나. 날도 더운데 ㅠ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이 해주는 음식은 편한 맛이 있다. 음식을 내놓으려는 수고가 덜어진다. 먹다가 대화가 끓어지는 법도 없다. 그 대가가 비싸기는 하다. 그래도 가끔은 필요한 일이다.

상추 종류가 다섯 가지 정도 있다. 오크 잎과 방풍나무 잎, 당귀도 몇 잎 뜯었고 방아 잎도 한 줌 뽑았다. 깻잎과 청양고추도 더했다. 깜빡하고 고수는 못 뜯었다.

노릇노릇 고기가 잘 구워졌다. 오이지로 물김치 만들어 상에 두니 더 이상의 반찬이 필요없다. 한 잔하면 좋을 듯도 하지만 덥기도 하고 우린 집에서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오크 잎과 깻잎 그리고 청양고추가 들어간 쌈은 아삭하니 달달해서 맛을 한층 높여준다. 밥보다는 의식적으로 상추를 많이 먹는다. 살과의 전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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