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는 곳이 담낭리섬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간다. 봄은 봄대로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 나름의 낭만을 가진 섬이다. 6월 초에 금계국이 절정일 것 같아 가려고 했지만 워낙 이런저런 일이 엮여 못 가다가 오늘 발걸음을 했다. 벌써 꽃들이 져서 넓은 지평선까지 펼쳐진 노란 꽃을 보는 즐거움은 아쉬웠다. 그래도 노란 빛깔이 조금은 남아 있어 완전 헛걸음은 아닌 듯 하다. 서울 근교라 가볼만한 곳인 이 당나리섬은 여주 이포보 바로 옆에 있다. 양평읍에서도 15분 가량이면 갈 수 있어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날 좋을 때 이르게 출발하여 이포보 앞에 있는 파사성을 걷고 내려와 당나리섬으로 가면 참 좋다. 파사성은 낮에도 좋지만 밤 야경도 멋지긴 한데 저녁에 올라가 본 적은 없다. 파사성에서 이포보를 바라보고 찍은 야경 사진은 나를 끌어당기지만 아직은 아니다. 언젠간 올라가겠지. 가야 할 곳은 많은데 못 가는 곳이 더 많다. 세상 모두를 섭렵할 수야 없지마는 내 주변부터 차례로 품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당나리섬에는 야영장도 잘 되어 있어 젊은 청춘들이 더 많이 찾는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도 자전거를 탈 줄 아는데 자전거로 와볼까 싶기도 하다. 넘어져 무릎 깨지면 인공관절도 손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다.

당남리는 여주농업기술센터가 관리하는 곳으로 철마다 다른 꽃들이 있는데 지금은 양귀비가 한창일 때인데 양귀비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금계국이 무성했던 야영장 쪽으로 발길을 돌려 남아있는 금계국을 구경했다. 당남리를 한 바퀴 돌고 발길을 금사리 쪽으로 돌렸다. 지난 달 금사리 참외축제가 있었지만 주일이라 가지 못했고 차일피일 미루다 당남리 온 김에 들른 참외밭에서 참외를 잔뜩 가지고 왔다. 좋은 것은 이미 다 주인을 찾아갔다고 미안해 하시는 주인아주머니가 상품가치는 떨어지지만 맛은 변함없이 좋은 참외를 한 박스 이상 그냥 주셨기 때문이다. 너무 미안하여 아침에 수확하여 다듬고 계시는 양파를 두 자루 샀다. 확실히 시중보다는 싸다. 고맙다고 아침에 따서 뒀다는 애호박 10개를 또 덤으로 주신다. 상품은 아침에 다 팔고 남은 거라고 먹을 수 있으면 가져가라는데 너무 좋다. 너무 덤이 많아 따로 챙겨드리니 팔 수 없는 것 주는데 왜 돈을 받느냐고 하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할 수 없이 내일 따는 토마토를 전부 사기로 하고 나왔다.

나오다 보니 생전 처음 가는 길로 들어섰다. 내비게이션보다는 사람의 감각을 믿은 탓이지만 차를 몰다 보니 여주의 전원주택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멋진 유럽풍 전원주택에 눈이 자꾸 가서 다음엔 이 길을 애용할 것 같다. 전엔 발품 팔아 걷는 시골길이었을 텐데 이제는 빼곡히 들어선 전원 마을을 선호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시골은 더 이상 없고 조용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듯 하면서도 '노인 보호 표지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전 중에 잘 돌아다녔으니 여유롭게 저녁을 맞이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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