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덕은 용문에서 경의 중앙선을 타고 서울 방향으로 출발하면 첫 번째 만나는 역 이름이다. 아무런 인연도 없고 그렇다고 가 본 적도 없지만 왜 그런지 다정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역 이름이다. 언젠가 한 번 내려서 둘러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어느 덧 햇수로 7년이 되어버렸다. 오며 가며 역을 보면 아주 오순도순 정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역을 드디어 며칠 전에 가봤다. 출구가 하나라 나가자마자 주차장인 듯 했고 사람도 없는 아주 고요한 곳이었다. 역내에 있는 안내 지도를 보면서 우선 오른쪽으로 걸어 나갔다. 조금 가다가 만난 할머니에게 어디로 가면 좋으냐고 물으니 어디든 다 좋지 하면서 웃으신다.

몇 걸음 더 가니 인기척도 없는 부동산이 하나 있었다, 그냥 걷기로 마음먹고 한가롭기만 한 예쁘고 단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역과 이어진 바로 앞동네였다. 주인들의 취향대로 잘 가꿔 놓은 욕심나는 아늑한 집들과 편하게 살고 싶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주 조용한 동네로 개도 안 짖었다. 조금 걸어가니 원덕초둥학교가 있었고 학교 앞으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건너 다리를 지나니 나뭇잎 사이로 양평 물소리길 리본이 하늘거리고 있었고 온통 빈터에는 양귀비꽃 천지다. 밭마다 상추도 잔뜩 심어져 있었다. 아주 작은 동네지만 정이 담긴 동네로 마음에 새겨졌다.

자꾸 걸었다, 발길따라 얼마만큼 갔더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해장국 간판이 크게 보였다. 마주보고 있는 해장국집 간판들은 서로가 양평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허름한 쪽은 연신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다른 집은 한가하길래 우리 일행은 배도 출출했고 점심시간도 되었다며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 자릴 잡았다. 외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발밑이 흙이고 반듯하지 않은 것에 놀라움을 나타내며 그래도 좋았다. 가져온 해장국에 건더기가 많아 반가워하며 아주 만족스럽게 점심식사를 했다. 다리를 건너서 가면 양평으로 가는 길이라니 이쪽에서 좀 걷다 가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소노랑 쉐르빌 호텔이 있는 길 쪽으로 강따라 걷다가 그네도 있고 의자도 많아 그늘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쉼을 갖고 원덕역으로 다시 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걸어 다니며 자동차들의 귀찮음도 없이 하늘과 언덕들의 한가함을 누리며 걷다가 들어오니 지연과 함께 보낸 시간들의 좋은 기운이 마음으로 스며들어 왔다. 이런 날들이 있어 사는 행복을 또 다시 느꼈다. 하루 6000보에서 만보 정도 걷는 나로선 거의 이만보 가깝게 걸었으니 엄청 많이 걸은 셈이다.

천천히 온 자연을 다 감상해 가며 느긋하게 걷는 습관 덕에 산딸기를 만나면 따서 먹고 보리수 오디가 열렸으면 그것도 몇 개 입에 넣으며 싱그럽고 산냄새 나는 열매를 맛본다. 그런데 산딸기 있는 곳엔 뱀이 많아 주저하며 멀리 도망갈 때도 많긴 하다. 스르륵 지나가는 뱀의 모습과 풀잎 스치는 소리는 언제나 오싹 소름 끼친다. 왜 그런지 수상하면 못 따먹어 속상해도 안 들어간다. 다음 번에는 운길산엘 가봐야겠다. 원덕 가기 전에 오빈은 두 번이나 갔다 왔고 양평은 자주 갔다. 내가 사는 둘레 탐방 같은 기분으로 거기에 건강 지키기를 더해서 실천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코로나 때문에 주저앉았던 기운을 다시 되찾아 혼자라도 호젓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운길산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혼자는 가지 말라는 동네 친구들 얘기다. 짝꿍을 찾아야겠기에 몇 사람을 짚어본다. 누구? 누구누구? 하며 벌써부터 기대와 설렘으로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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