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정현숙

파고드는 아픔을

덤불 속에 숨긴 채

지나가는 길손 위해

미소를 잃지 않는

찔레꽃이 어여쁘다

​아픔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며

세상살이 초월한 듯

덤덤하게 속울음 울던

그녀가 생각난다

가던 발길 멈추고

초록그늘 아래에서

나도 내 안에

품고 있는 가시를

쓰다듬듯 헤아리다

​굳은살처럼 무디어진

그 가시가 아닌

찔레꽃 향기에 찔려

그만 찔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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