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에  조카딸이 아이들을 데리고 양평으로 놀러왔다. 여름이기에 시원한 중원계곡을 알려줬는데 저녁에  귀가한 아이들 손에 선물이 있었다. 세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하는 이야기는 물 속에서 신나게 놀다 다슬기를 잡았다며 그 다슬기를 음료수 병에 담아왔다는 것이다. 계곡에서의 무용담을 듣노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는데 자기네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고 조카가 서두른다.

순간 그럼 다슬기는? 아이들은 집에 가지고 가서 키우겠다고 방방 뜨고 가져가면 죽을 걸 뻔히 아는 우리는 아이들을 살살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가만히 있던 셋째가  "할머니네 어항 있으니 두마리 주고 갈게요"하면서 두 개를 어항에 퐁당 던지고는 제 식구들 따라 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잊고 있었다. 계곡물과 어항의 물은 온도가 다르고 붕어들도 있기에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몇 번의 어항 물을 갈았음에도 별다른 징조가 안보였는데, 어느 날 어항 모래 속에 아주 작은 다슬기 모양을 한  알갱이가 보였다.  설마 했다. 어항 모래씻기를 몇 번이나 했어도 다슬기 비슷한 껍질도 안보였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너무나 잘 보이는 다슬기, 한마리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유심히 어항 속을 들여다 봤다. 도대체 어떻게 살고 번식을 했을까?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몇 날을 유추해 본 결론은, 어항 유리벽에 이끼가 있고 붕어 먹이는 가루로 되어 있어 다슬기도 먹기 쉽고 산소를 공급해 주는 퐁퐁이도 있다. 그리고 물갈이 할 때는 껍질 속으로 쏙 들어가니 쓸려 나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마 새끼 때는 더러 물에 씻겨 나가기도 했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니 집중해서 보게 된다.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총 네 마리가 보인다. 자연의 위대함, 사람들이 그렇게 멸종할 정도로 잡아도 어떡하든 자기 종족 번식을 하는 꾸준함 때문에 아직 살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조카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이 가져간 다슬기들은 바로 다 죽었다고 한다. 가끔 양평에 놀러오는  아이들은 자기가 잡은 다슬기가 어항에 있다는걸 신기해 하지만 그 뿐이다. 이미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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