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내가 한창 때였다. 서울역에서 왕십리를 거쳐 의정부에서 장흥으로 들어가 울대리를 지나 송추, 일영, 고양을 돌아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가는 순환 열차가 있었다. 서울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교외선이다. 참으로 많이 이용했었다. 장흥, 송추, 일영은 가장 즐겨 찾는 유원지였다. 추억도 많이 심어놓은 곳이다. 오토바이가 처음 대중화 될 무렵, 그룹 지어 임대한 오토바이를 타고 줄지어 나서면 바라보는 아가씨들의 눈길에 묶여 넘어지기 마련이었다.

자주 찾았다. 더구나 울대리 공원묘원에 할머니를 모신 후에는 일년에 두세 번은 가족과 함께 찾아가는 곳이기도 했다. 오늘 세 늙은이가 젊은 한 사나이를 따라 송추계곡을 찾았다. 각종 놀이시설과 음식점 유흥시설등으로 시끌벅적했던 옛 모습은 다 어디로 갔는가? 오르는 길이 한적하다. 한참을 오르니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과 그늘에서 환담하는 몇몇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주차장에는 자동차로 꽉 찼다. 빈틈이 없다. 모두 어디로 갔나?

헤르만 헤세의 정원, 상당히 넓다. 찻집인가? 식당인가? 겹이다. 밖에 마련된 의자와 탁상에는 찻잔도 보이고 음식 접시도 보인다. 모두가 젊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가장 구석진 외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헤세라면 기억나는 것은 '데미안' 뿐이다. 중학교 때 읽은 기억은 나지만 내용은 한 구절도 생가나지 않는다. 헤세?와 정원?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헤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원래 독일인이었으나 나치의 미움을 받아 스위스로 망명'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정도 뿐이다. 헤세와 정원의 인연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큰길로 나왔다.

만포면옥, 1972년부터 평안남도 용강 출신의 사장님이 운영한다는 '만포면옥'에서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보기로 했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전 한 장 붙여놓고 막걸리로 입가심을 했다. 혀도 이제는 노쇠하여 맛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것 같다. 별맛이 아니건만 사람이 밀려 한참을 기다리다가 먹었 건만 밍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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