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단, 배재학당, 고종의 길, 성공회성당

며칠 전부터 기다렸다. 원구단, 배재학당, 고종의 길, 성공회 성당까지 걸으며 담소하며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았다.

​원구단(환구단이라고도 함)은 고려시대부터 하늘과 땅에 제사를 드리던 단이다. 1897에 고종이 제사를 지내고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1913년 원구단 본단은 철거되고 상징물인 황궁우가 남았다. 본단 자리에는 웨스턴 조선호텔이 세워졌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은 미국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한국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배재고등학교가 강동구로 이전하던 1984년까지 교실로 사용되었고 2008년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아펜셀러 선교사는 선교를 통한 교육으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꽃을 피운다는 소명과 신념으로 헌신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

​선교사로서 교육자로서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감내하신 아펜셀러 선교사는, 44살에 우리나라에서 선박 충돌사고로 순교하셨다. 배재학당 정원에는 그 분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120여 년 전에 시작된 글로벌 교육과 한국 최초로 시작된 전인교육의 흔적을 보며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 H. D. Appenzeller(설립자 아펜젤러 아들, 1920~1939년 교장 재직)가 독일에서 가져온 그랜드 피아노(1922,블뤼트너사 제작)는 국내 연주회용 피아노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며 한동일, 백건우 등 많은 음악가를 배출했다. 피아노를 한참 바라보면서 우리나라를 향한 아펜젤러 부자의 소명감과 역사의 무게감에 숙연해졌다.

고종의 길은, 아관파천(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1896년 2월 11부터 1897년 2월 20까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사건) 이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면서 덕수궁을 오갈 때 사용한 길이다. 2016년 복원사업을 거쳐 2018년 10월 개방되었다. 걷기에 좋은 길이라고들 하지만 우리의 암울하고 슬픈 역사가 깃든 길이기도 하다. 고종은 이 길을 지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성공회 성당과 순교추모비를 보며 정동길 걷기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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