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토요편지 907호

책을 읽다가 전체를 필사(筆寫)하여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는 흔치 않은 홍복(洪福)이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 시대의 마지막 인생 수업, ‘삶의 지표(指標)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海)가 건네는 말‘이라는 부제(副題)의 <모든 삶은 흐른다>는 프랑스 작가의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인생 철학자가 되어 또 하나의 섬이 되고, 바다가 되는 기쁨을 체험하게 된다. 이를 소중한 보물로 받아 안고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지는 마음.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 여겨진다. 자연과 사물,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배우면서!“ 시인(詩人) 이해인 수녀의 추천의 글이다.

​자연과 사물,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부패(腐敗)가 시작된다. 인생의 방부제(防腐劑)는 바다의 소금같은 독서(讀書)다. 간단(間斷)없이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筆寫에 도전하는 까닭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되새김하면서 책 읽기의 기쁨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둔한 筆者의 막연한 선입견일 수 있지만, 책 속에 있는 건 길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 독락(讀樂)을 완성하는 열매(果實)의 씨앗은 筆寫로부터 움튼다. 의문과 질문, 호기심과 즐거움이 중첩(重疊)되는 곳에 밑줄을 그으며 읽다가 ‘바다 소금 가진 것을 새롭게 음미(吟味)하는 법‘이라는 소제목(小題目)의 127~131페이지는 아예 모두 옮겨 적었다. 편지에서는 무릎 친 부분만을 편집 후 요약했으며 한문(漢文)의 색인(索引)은 筆者의 작위(作爲)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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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마실 수 없다. 하지만 바다 소금은 모든 것을 바꾸는 중요한 성분(成分)이다. 바닷물에는 평균 1리터당 34, 5그램의 소금(鹽分)이 들어 있다. 바닷물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해봤다면 한 번쯤은 바다의 짠맛을 느껴봤을 것이다. 바다는 아주 짜고,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짠맛을 못 느끼게 된다. 그 맛을 吟味하는 능력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늘 향수를 뿌리고 다니면 더 이상 향(香)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原理)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행복해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과거에 맛본 만족감을 희미하게 만들고 감흥(感興)을 없앤다. 익숙한 것은 더 이상 탐구(探究)하고 새롭게 감상할 수 없게 된다. 무뎌졌기 때문이다. 이외에 또 다른 안타까운 심리(心理)가 있다. 이미 가진 것은 더 이상 원하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 것이다. 사물 본연(本然)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가 이 사물에 더 이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뿐이다. ​짠맛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면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보이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모든 것에서 쾌락을 느끼라는 게 아니다. 하나를 정해 여유를 가지고오랫동안 천천히 음미하라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것은 소비 행위가 아니다. 욕망(欲望)은 타깃(Target)을 정(定)해 먹고(食) 마시고(飮) 보고(見)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吟味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없다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독특함과 풍요로움에 무뎌져 모든 걸 잊고 말 것이다.

-中略-

인생에서 모든 것이 맛있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이 우리에게 신비로움을 일깨워주고, 행복의 비밀이나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속삭여주는 듯한 최고의 순간들이 있다. 바로 그 순간들이 기억에 색채(色彩)를 더한다, 그 기억의 색채가 흐릿한 잿빛이 되면 우리는 다시 色을 이끌어내야 한다. 시인, 화가, 선원, 모험가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도 각자 모든 것을 바꾸는 순간의 소금을 수집(蒐集)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금이야말로 모든 것을 구(求)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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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요약(要約)을 끝내자 불현듯 筆者에게 건네는 바다의 말이 궁금했다. 그리고 ‘바다는 계속해서 방문자(訪問者)를 기다리는 심연(深淵)의 박물관이다.' 필립 돌(Phillip Dole)의 말이 생각났다. 어깨춤과 노래가 절로 나왔다. 자아~~ 떠나자. 동해바다로~~

​몸보다 먼저 ‘방문자’의 들뜬 마음으로 낯선 방파제(防波堤)에 올라 해풍(海風)을 맞이했더니 힘들었던 일상의 쓴맛은 거품처럼 사라지고 달달한 짠맛이 깨어나며 군침이 고였다. 인생에서 모든 것이 맛있지는 않지만 짠맛에 단맛이 있듯이 세상의 모든 맛은 흐른다.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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