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6월입니다. 순진한 아가씨가 꽃잎을 따며 자신과 왕자님의 사랑을 점친다는 데이지가 벌판을 수놓는 계절을 마음에 담으니, 포근함과 따스함이 하늘에 흐르는 뭉게구름과 함께 찾아옴을 느낍니다. 새로운 달이 막 문을 열었으니 이제 펼쳐질 삶의 우체통에 어떤 소식들이 담길지 자못 기대로 설레는군요.

​어젠 어떤 이의 블로그에서 작년 제가 갔던 곳의 사진을 보곤 뭉클함이 올라왔지요. 그것은 그리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전 마중나올 가족을 기다렸고 참 꿈같은 시간을 보냈지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아직 해가 돋지 않은 때에 바다로 향하면 밤새 우릴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파도는 두 팔 벌려 환호하며 반기었고, 우린 그냥 오랜만에 만난 벗이 되어 말도 필요없이 오전 시간을 흘려보내곤 하였지요. 가끔씩 엄청나게 큰 갈매기가 날아와 한 바퀴 돌고 가는 것이 전부였던 고요와 방해받지 않던 평화와 자연이 그립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순간은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없습니다. 그래서 그리움으로 가슴 한편에 숨 죽이며 자라고 있지요.

​그대는 지금 무엇이 그리우신가요?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자랑도 교만도 하지 아니하시는 당신. 더구나 무례하게 행하지 않으시는 그대의 거룩을 사모하며 본받고 싶지만 어찌 그리 어렵고 힘든지요. 사랑도 사람의 일이어서 확실치 않고 사랑도 사람이 하기에 한계가 있는가요.

​새로운 6월엔 소박한 데이지처럼 그냥 푸른 벌판에 다소곳이 자리를 지키며 다른 이들이 한 번씩 들여다보다가 한 묶음씩 집어가는 꽃이 되는 한 달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푸르른 보리밭에 끊임없이 바람이 넘나들어 객이 될 때 바람과 보리가 하나 되어 노래하는 것을 봅니다. 서로 다른 것이 섞이어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기쁨입니다. 더 이상 순진하지도 때론 정직하지도 않지만 데이지의 꽃말처럼 그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웃음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6월에 찾아올 강한 바람과 폭우로 많은 사람이 아픔을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를 지치게 하는 한 여름의 더위가 조금 늦게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한 해의 중간에 걸린 달이니 돌아보며 중간 점검도 해야 하겠고, 남은 날들에 새로운 계획과 꿈을 실어보고자 마음먹어 보기도 합니다. 찔레가 넝쿨째 내려와 학교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는 길을 지나다 아름다움과 사랑과 그리고 그대를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봅니다. 하늘이 점점 구름에 가리어져 갑니다. 소낙비라도 한 줄기 내려주면 여간 반가울 겁니다. 그대는 제 삶의 소나기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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