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도시락을 싸준 지 43년이나 됐다. 엊그제 같건만 세월은 무심히 흘러간다. 결혼 전에는 늘 식당에서 시켜 먹었다는데, 결혼 후부터 신혼이라 도시락을 싸가지고 점심 때 즈음 사업장으로 도시락을 배달했더니 자연스레 습관이 되어 식당 음식은 도통 좋아하지를 않는다. 덕분에 도시락 한 개가 일하는 직원들 것까지 싸기 시작한 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 발등 내가 찍었지. 그래도 예전엔 도시락을 보온통에 넣어 건넸는데 지금은 반찬을 해놓으면 먹고 싶은 반찬을 본인이 알아서 담아 가니까 조금은 편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싸주는 도시락은 반찬이 골고루 겹치지 않게 매일 다르게 싸는데 본인이 입맛에 안 맞는 것도 있었던 듯 골라서 싸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다 분가했고 둘만 사는데도 밑반찬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무얼 좋아하는지 어제 싸간 것 중 남아 돌아오는 반찬은 없는지 검사하고(?)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날 수록 고기보다는 나물과 해산물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며칠 집을 비워야 해서 밑반찬 몇 개를 만들어 뒀는데 많이 먹지를 않아서 좀 남았다.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단다. 나는 나가서 즐겁게 잘 먹고 잘 잤는데....김치찌개 한 냄비 해두라고 해서 그리했는데 절반도 못 먹고 남겨 두었다. 눈썰미가 있는지 매번 덜어서 먹고 한 번씩 끓여 놨다고 한다. 

오늘 아침엔 남편이 좋아하는 새우무침을 했고 튀각을 꺼냈다. 명이나물도 내놨다. 생각 외로 명이나물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한두 장 먹는 정도다. 오늘 아침 상에 단백질이 없는데, 저녁엔 상추쌈이나 할까 보다. 다행히 밭에 쌈채가 종류별로 무성하게 자라있다.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남편 #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