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야말로 최고의 노후대책이다."

"​신은 누가 죽였느냐? 인간이 죽인 거예요. 돈이나 권력 등 새로운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죽인 거예요. 신을 몰아내고 신의 자리에 앉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가치를 혁신적인 가치로 만들려는 우리 시대의 자본이 죽인 거예요.”

지난 5월 25일(목),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은평내일살롱 3회차 특강이 열렸다. 주제는 '니체처럼 생각하기', 강사는 고전비평공간규문 대표이자 작가 채운 선생이었다. 규문 연구원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강의하는 그는 미술사를 양식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염증을 느끼다 철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고, 학습공동체 규문을 열어 지속 가능한 공부를 위한 체계를 만들었다고 자기소개에서 밝히고 있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작가로서 다양한 책을 발표하며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를 통찰한다. 

제목만으로 설레던 시간이 왔다. 채운 선생은 칠판에 메모하며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년 10월 15일 ~ 1900년 8월 25일)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식이 담긴 사람의 모습은 당당하다. 그 지식이 지혜로 승화된 사람은 더욱 아름답다. 채운 선생이 그랬다. 인간을 남자 여자 이분법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묻는 그의 모습이 신비하고 매력있게 다가온다. ​“우리는 자기의 가치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 판단한 가치대로 살아가면 된다.”

확실히 니체는 아름답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다. 니체처럼 생각하기를 술술 풀어주는데도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멀리 니체까지 갈 것도 없다. 현재를 정의하는 것도 과거 미래가 섞여 길을 잃게 만든다. 그럼에도 자석이 당기듯 몸이 앞으로 기우는 건 니체의, 혹은 그가 가진 매력 때문이겠지.

​그가 니체의 비극의 탄생(바그너에게 헌정한 책으로 1872 출간)을 시작으로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와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년 1월18일 ~ 1995년 11월 4일)의 연관성을 풀이하고 “너(자신의)의 삶을 살아라.”에 이르렀을 때 니체의 글을 다 찾아 읽어보리라(이미 읽은 것까지)는 열망이 일었다.

“원래(근원)라는 게 있을까요? 원래 높은 곳은 낮은 곳에서 올려다봐서 그렇고 원래 낮은 것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봐서 아는 거 아닌가요?” “고행(고향, 즉 익숙한 환경)은 자기로부터 떠나가는 행위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가 과연 있을까요? 첫 번째는 두 번째가 있어서 첫 번째로 정의하는 거고요. 세 번째는 앞에 두 번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늘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람들, 다른 언어가 없다는 건 사유에 있어서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 말의 중요함, 관점의 다양성이 없다는 건 미디어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 한척이 폭풍우치는 바다에 뜬 채 옆에서 날아오는 폭탄까지 피해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라는 질문에 ”배에서 내리겠어요.“ 라는 대답이 있었는데 그는 ”니체의 생각은 그것이 인생이니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자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는 것이다. 시도함으로 얻는 자유는 그 어떤 해방감과도 비길 수 없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삶이다. 언어란 잘 쓸 수 있어야 하고 잘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부처는 한 가지 주제라도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른 가르침을 준다. 가장 쉬운 언어로. 예수님도 마찬가지다. 그는 단 한 가지를 가르쳤다. 서로 사랑하라. 소크라테스도 그렇다. 그들은 언어를 가장 풍부하고 역동적으로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맞게 사용하고 버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즉 해석할 여지가 없는 엄마의 말(잔소리)처럼”

막힘없이 풀어낸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목마른 아이처럼 갈증이 난다. 집에 돌아와 그의 강의 영상을 검색했다. ‘말은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얼마나 진심을 담아 관계 맺는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가’ 등 여러 내용이 담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듣는 동안 그와 니체와 철학을 다 담을 순 없지만 가슴에 콕 새긴 말이 있다. 서두에도 쓴바 있는 “공부야말로 최고의 노후대책이다.” 정말 너무나 와 닿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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