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다이아'
친구의 애완견 '다이아'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모르나 보다'. 트로트의 가사이다. 가는 세월과 함께 나의 부족함이 도드라져 보이는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달포 전 만남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헤어지며 봄이 끝나기 전 내가 사는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5월의 장미가 만개한 날,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어 산책하는 내내 아름다운 날씨에 찬사를 보냈다. 대학로에서 만난 우리는 낙산을 돌아 와룡공원을 넘고 그리고 두 곳의 찻집 순례와 길상사 방문 등으로 동네투어를 했다. 모처럼 오랜 친구와 운전할 필요 없이 바람에 폐를 부풀리고 걷다가, 잠시 앉아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다, 다시 걷는 느린 하루를 보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처럼 관광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시내투어하는 즐거움과 힐링의 시간을 갖었다는 그녀가 보내온 문자를 받은 후 다시금 내가 참 좋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감사와 함께 기쁨을 느꼈다.

​우리가 막국수로 이른 저녁을 먹고 헤어지려 할 즈음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다이아'라는 단어만 얼핏 귀에 들릴 정도로 다른 대화에 집중한 터라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후 나가니 밖에 웬 젊은이가 강아지를 데리고 서 있었다. 친구의 사랑하는 반려견인 다이아가 오셨다. 4월의 탄생석으로 이름 지어진 이 아이는 그녀의 휴대폰에서 보았던 푸들이다. 친구는 강아지 파트너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다.

6살이니 사람 나이로는 42세인 셈이라고 했다. 아드님이 결혼하며 어머니가 외로울 거라며 선물한 것이 인연이 된 실버 푸들은 똑똑하고 고기를 잘 먹는단다. 유기농 비타민을 아침마다 주고, 말린 고기와 양배추를 간식으로 준다고 했다. 그녀가 퇴근하여 돌아 올 즈음엔 현관에서 기다리다 맞아준다고 하니 얼마나 예쁠까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날 저녁에도 엄마를 반기며 안아달라고 낑낑거렸다. 친구의 품에서 단정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안겨있는 다이아를 보며 '참 팔자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반려견이니 반려묘니 하며 해도 나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리고 이해한다. 그녀가 얼마나 그 강아지를 사랑하고 귀히 여기고 있는지를....

그러나 나는 몰랐다. 이 나이 먹도록. 그 작고 귀여운 푸들이 치장하고 관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내겐 살아있는 인형처럼 보이고 귀엽고 영리해 보이는 다이아의 그날의 일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날 다이아는 만만치 않은 값을 지불하고 목욕과 마사지를 받고 돌아온 것이다.

-​시술 내역

몸무게 3.66kg, 코스/펫에스테 페퍼민트 앤 로즈메리 아로마 솔트, 사용 제품/아이 그름 디탱글, 눈/눈물 조금, 귀/깨끗, 피부/오른쪽 다리 붉은 반점, 엉킴/앞다리 조금, 오른쪽 귀 조금, 뒷다리 조금, 꼬리 조금

​지정병원에서 보낸 그날의 치료 내역은 나의 무지함을 깨쳐주었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나만 모르는 세상이 있구나. 앞에 언급한 그 트로트의 곡명은 '고맙소'이다. 이리저리 살아도 고마우면 되지. 인생은 씨줄과 날줄로 짜인 거미줄 같은 것. 그녀는 다이아로 행복하다. 맞다. 다이아의 위로와 눈빛이 고마우면 되는 것이지. 행복을 누리려면 당연히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나는 조금 어리둥절하지만 나쁘진 않은 기분이었다. 친구와 그녀의 사랑하는 다이아가 함께 앞으로도 아주 많이 길고 건강한 소풍길을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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