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가릉에서 망양돈대까지의 8.5km 강화나들길 4코스 중간쯤 건평항 언덕에는 ‘천상병 귀천공원’이 있다.

‘천상병 귀천공원’은 천상병 시인의 대표 시 '귀천'의 시상을 떠올리게 한 건평포구의 하늘을 구경할 수 있는 공원으로, 이곳의 바다와 노을빛을 사랑한 시인의 맑은 문학정신과 강화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도록 기리고 보전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천상병 시인은 늘 고향 바다를 그리워했으나 여비가 없어 가질 못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를 드나들며 향수를 달래곤 했다. 어느 날, 건평나루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끄적인 것을 동행했던 고향 친구 박재삼 시인에게 건네준 메모가 ‘귀천(歸天)’이라는 작품이었다.

천상병은 1967년 소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의 옥고를 겪고 풀려났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폐인이 되다시피하여 4년 여를 떠돌이로 보내다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처지가 되었다. 이때 행방이 묘연한 천상병이 죽은 것으로 생각한 박재삼이 ‘귀천’을 천상병의 유작으로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천상병의 처녀 시집인 '새'가 유고 시집 형태로 출판되었는데, 살아있는 사람의 유고집이 만들어진 예는 세상에 없는 일이다.

평생 가난과 시대와의 불화로 고통스러웠을 인생에도 불구하고 ‘소풍 와서 즐겁게 놀다가 하늘로 돌아간다.’는 그의 마음을 동토의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핀 꽃처럼 천진하게 웃는 모습으로 표현하였으며 어깨에 앉아있는 새는 시인이 지향하던 자유정신과 그의 처녀 시집인 '새'를 상징한다. (- 2017년 조각가 박상희)

그리운 금강산 시비
그리운 금강산 시비

​​공원에는 진강산 진강목장의 벌대총 이야기와 말발굽 자국이 있다. 조선시대 제주도와 강화도 진강산의 진강목장은 중요한 말 사육지였다. 진강목장의 '벌대총'은 효종이 가장 좋아하는 명마다. 진강산 정상의 큰 바위에는 '벌대총'의 말발굽 자국이 전설로 남아있다.

강화나들길 건평항 천상병 귀천공원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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