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살아가는 길은 친구가 없어도 혼자 즐거우면 된다는 철학을 자신에게 키워놓아야 한다며 빙긋이 웃던 그녀가 생각난다. 첫 만남에 일본인이지만 분명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 거라 짐작이 갔던 그녀는 얼마 안있어 바로 조상은 한국인이라는 걸 얘기해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밸리댄스 선생님이었다. 캐나다인과 결혼해서 캐나다에 살다가 이혼을 했단다. 그 남자랑 지낸 것 중 가장 큰 득은 온 세계를 마음대로 아무런 제재없이 여행할 수 있는 여권을 얻은 것이었단다. 자기에게는 그만한 선물이 없단다. 온 세계를 다 다니면서 인생을 즐기고 춤을 추며 사는 게 그렇게나 좋다 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 혼자라 했다. 언젠가 혹시 알게 될지는 모르지만 혼자 모든 것을 즐겁게 해낼 수 있는 멋진 인생의 맛이 뭔지를 알게 되길 바란다며 의미있는 미소를 띄우던 그녀였다.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적은 프랑스에 두고 온 세계를 돌며 밸리댄스를 가르치고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과 일본에 와서 화끈하게 쉬다가 가곤 했었다.

​그녀 덕에 차츰차츰 나도 혼자 즐겨보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혼밥, 혼술이란 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들려오게 되었고 이제는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코로나도물러갔고 우리 동네 부동산 하는 언니가 구리 롯데백화점에 가면 혼자 먹기 딱 좋은 1인용 샤브샤브가 있다며 봄부터 같이 한 번 가자고 했다. 마침 기쁨이 핸드폰이 고장나서 수리하러 구리에 갔다가 생각이 났다. 지하에 내려가 빙빙 돌다가 보니 눈에 들어왔다. 손님들이 거의 혼자였다. 나도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준비된 식사가 나오며 기분이 신선했고 아주 좋았다. 같이 와야겠다는 친구 얼굴들이 머릿 속을 지나가면서 나만의 차림으로 준비된 호사스런 식사라는 것에 만족감이 느껴졌다. ​손을 닦고 기다렸다. 그릇에 가득한 채소,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냄비를 끓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고기도 나오고 주문한 죽도 준비해줬다. 내 상태에 맞춰서 천천히 고기와 야채들을 익혀가며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채소는 겹겹이 남아 있었다. 즐겁게 정말로 나만의 식사를 즐기면서 먹었다. 마지막에 죽을 끓여 먹으면서 내가 즐겨 시청하는 일본아저씨가 혼자 음식점을 찾아 다니면서 먹는 방송이 생각났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 혼자 먹는 즐거움에 빠져 본 날이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혼자 뭐든 할 수 있다던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언니가 갑자기 말을 잃었다며 전화연락도 안 되고 그러다 코로나가 왔었다. 언니는 형부와 어느 해변가에 가서 살고 있다던데.... "육상! 나중에 꼭 일본에 와서 우리 다 함께 웃으며 지내요." 솔바람처럼 귓가에 맴돌다 가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나 혼자 이제 뭐든 잘한다고 자랑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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